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런던 가이즈 병원 백신센터에서 린 윌러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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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지난달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했으나 접종 속도가 느려 확진자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선 백신 부족 사태에 진작에 백신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영국 특유의 관료주의 문화가 신속한 백신 접종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일일 확진자가 엿새째 5만명 넘게 쏟아지고 있어 백신 접종을 최대한 빨리 마쳐야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265만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7만5000여명으로 유럽 내 가장 많은 규모다. 기존 의료인력으론 바이러스 대처에 역부족이어서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장에 투입한다는 게 영국 당국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들의 코로나19 현장 합류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불편해 자원하려던 이들이 마음을 접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치과의사는 타임스에 “내 평생 병원에서 환자 진료하며 주사를 놔줬는데 백신 접종에 참여하려고 하니 어마어마한 분량의 서류부터 작성하라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요구한 서류엔 반 극단주의 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와 더불어 백신 우선 접종 대상도 아닌 아동 보호 관련 교육 이수 여부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빠른 백신 접종을 위해선 추가 의료인력이 투입이 절실한데 지나친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U에선 백신을 조기에 확보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리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더라면, 접종을 지금보다 서둘러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3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과 디벨트 등은 미국은 지난해 7월 화이자 백신을 6억회분 확보했지만, EU는 지난해 11월 고작 3억회분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U의 확보분은 27개 회원국이 서로 나눠 가져야 하는 분량이다.
마인츠 구텐베르크대학 병원 신경과장인 프라우케 집 전문의는 디벨트에 “현 상황은 책임자들의 중대한 실책”이라며 “하루하루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인내를 하라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여름에 위험을 무릅쓰고 더 많은 백신을 주문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여름에 약 20유로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큐어백,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각각 1억회분씩 확보했더라면 10억 유로밖에 안 들었을 텐데 그러면 지금 정부가 경제 회생을 위해 지원하는 액수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빠르고 신속한 접종을 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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