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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기침해대면서 마스크도 절대 안 쓴다"...상사의 '신종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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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하고 싫지만 (상대보다) 직급이 낮기 때문에 마스크 써 달라는 말을 못 한다"

일명 직장 내 '노마스크족'을 향한 한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여의도 소재 증권 회사에 다니는 김모(26)씨는 “상사가 어쩌다 한 번 마스크 내리고 있는 경우까진 괜찮지만, 거래처에 갔을 때 담당자가 끼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통 업무 볼 때 상대방 앞에 앉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계셔서 서류만 주고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6)씨는 "직책이 높으신 분들은 혼자 방을 쓰기 때문에 평상시에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할 수 있다”며 “나머지 직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써야 하는데 이런 상황 자체가 권력의 유무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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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 '마스크는 사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스크를 착용한 산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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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새해 첫날 1029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추세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게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단속이 시행됐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일상이자 필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직장에서 상급자 위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불안감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직장', '상사', '마스크', '미착용'으로 검색하자 "우리 팀은 사무실 내 2명 빼고 다 착용하는데 절대 착용하지 않는 두 명 때문에 죽겠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달 26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댓글로 "50대 2명인데 (그 둘이) 앞에서 이야기하면 나는 계속 밖으로 나간다. 진짜 괴롭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직장 상사가 옆에서 자신은 코로나 아니라고 맨날 마스크를 안 쓰고 심지어 기침도 한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 아무도 마스크를 안 썼다" 등의 사례가 나왔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례가 올라왔다. '사무실에서 계속 기침하면서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나이가 좀 많은 상사라 마스크 써 달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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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사 두 명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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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급자가 솔선수범해 마스크 착용이 철저히 이뤄지는 직장도 있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강모(27)씨는 "직원들과 대면할 때 사장님부터 직원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상사가) 혼자 방에 있을 때는 당연히 안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신모(25)씨는 "오히려 상사들이 더 철저하게 쓰면서 직원들에게 잘 쓰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상대방이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본인은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은 이기적이고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는 밖에서 오는 감염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감염원이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걸 막는 쌍방향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특히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모두 다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스크 착용만 맹신해서도 안 된다. 김 교수는 "마스크의 예방 효과는 80~85%라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적어도 KF80은 선택하고, 실내에서도 계속 착용해야 하며 손 씻기와 환기도 자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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