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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희망 2021년] "자영업자=골칫덩이?…함께사는 새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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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옮겨 재도약 노렸지만…매출 반토막 넘어 세토막

"모두가 힘들다지만…공생하는 한 해 되길"

뉴스1

서울 영등포 먹자골목의 한 음식점에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인해 영업시간이 변경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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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서 라멘집을 운영하던 이모씨(36)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더는 '동네 장사'로는 버틸 수 없었던 것.

정부에서 지원한 긴급재난금 100여만원으로는 월세는커녕, 재료비도 빠듯했다.

결국 직장을 다니던 동생과 함께 또 다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통해 상권이 좋다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가게를 얻었다.

오픈과 함께 때마침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고, 오픈 당일 지난 가게 최고 매출을 깼다.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장사의 '재미'도 느껴졌다.

아직 서대문구 가게에 들어올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달 150여만원의 월세가 나갔지만, 그래도 점심, 저녁 시간 창밖만 바라보고 한숨 짓던 때를 잊기엔 충분했다.

그러던 그에게 2020년 11월과 12월은 겨울 그 이상의 혹독한 한파로 기억됐다.

어느덧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리를 넘어 1000명대로 웃돌았고 서울에선 1.5단계, 2단계, 2단계 플러스(+)알파(α) 단계, 2.5단계가 차례대로 시행됐다.

9월~10월 두 달간 행복했던 기억도 어느덧 기억 저편이 됐다. 이른 오전부터 재료 준비와 점심 장사, 저녁 장사와 심야 장사도 어느덧 옛말이 됐다.

손님은 직장인, 학생을 막론하고 급감했고 심야 장사는 접은 지 오래.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일에도 행복이 있었던 가을에서 이젠 하루 7시간의 노동 시간에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매출은 반토막을 넘어 세토막이 난 지 오래고, 어느덧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기다리기 지쳐 쉽사리 TV도 보지 못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7년째 백숙집을 운영하는 강모씨(33)는 동네 장사지만 절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지 않는 나름의 프리미엄 전략을 썼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지막 자존심이란 생각으로 단골들의 부탁 배달만 다녔을 뿐, 배달 앱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강씨는 "매일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접속해 '안 힘든 사람이 없구나'라고 위로했지만, 더는 안 될 것 같다"며 "매출 반토막은 이제 옛말이고 어느덧 세토막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한숨지으며 배달앱에 가게 등록하는 법을 검색하게 됐다.

연말연시 특수를 누릴 수 없게 된 그들에게 2021년은 어떤 해로 다가올까.

이씨는 "코로나19로 이중고를 넘은 삼중고로 2020년은 역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며 "새해에는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의 볼멘소리가 기사로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다 힘들다', '이제 지겹다'고 하지만 정말 어렵다"며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같이 살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면 처음에는 자영업자들을 안타깝게 보는 목소리가 컸는데, 지금은 골칫덩이가 된 것 같다"며 "사태가 해결돼 다시 웃으면서 손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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