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코로나 팬데믹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당시 195개국과 유럽연합이 만장일치로 파리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새해인 2021년부터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에는 모든 국가가 참여한다.
협정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목표 아래 각국이 저마다 목표치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5년마다 이행 상태를 점검하고 노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모두 합의해 참여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파리협정 체결의 주역이었던 저자들은 책에서 세계가 처한 기후 위기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개인과 기업, 국가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해야 할 일로 세 가지 마음가짐과 10대 행동 방향을 제안한다.
세 가지 마음가짐은 거대한 문제 앞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히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단호한 낙관'을 가져야 하며, 자원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무한한 풍요'를 실현하는 마음을 지니고, 자원을 채취해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것에서 '철저한 재생'적 사고방식으로 전환을 이루자는 것이다.
10대 행동 방향은 옛 세상과 작별하자, 슬픔을 마주하되 미래의 비전을 품자, 진실을 수호하자,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의식을 갖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 지구의 숲을 되살리자, 청정 경제에 투자하자,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자, 성평등을 실현하자, 정치 참여에 나서자 등이다.
책의 말미에는 '파리협정' 전문을 수록했다. 저자들은 '파리협정' 체결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과 사무총장 선임고문(톰 리빗카낵)으로 함께 활동했다.
김영사. 272쪽. 1만4천800원.
▲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죽음'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이 같은 물음에 고독, 불안, 종결, 후회 같은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임종까지 극심한 고통, 자의와 무관한 연명치료, 가족들의 간병 부담 등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우리는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가. 소중한 사람을 보내주기 위해 마음의 준비는 돼 있는가. 일본 간호사 출신인 저자는 이별의 순간이 후회나 상처로 남지 않기 위해 알아둬야 할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꼼꼼히 조언해준다.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간호사가 희망이었던 저자는 16년 동안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1천 명이 넘는 환자들의 마지막을 애절하면서도 뭉클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갑작스러운 사고사, 오랜 간병 끝의 이별, 자살, 고독사 등 다양한 죽음의 민낯을 깊고 폭넓게 체험해온 것이다.
사람은 평생 쓸 의료비의 절반가량을 죽기 전 1년 사이에 쓴다고 한다. 그런데도 차가운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이어가다가 무의미하게 임종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 안타까운 건 우리가 자기 죽음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내는 것조차 피한다.
우리는 죽음과 마주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저자는 "좋은 죽음이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존엄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우리 모두가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고, 이는 생을 매듭짓는 순간에서도 마찬가지여서다.
책은 '떠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과 '남겨질 사람'이 새겨둬야 할 것 등 모두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연명치료의 허와 실, 종말기의 영양 공급법과 같은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조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은 생을 좀 더 잘 사는 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제2부에서는 소중한 사람이 떠나고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가족들의 입장과 자세를 세세히 살펴본다.
웅진지식하우스. 232쪽. 1만5천원.
▲ 코로나 팬데믹 = 슈샤리트 박티·카리나 레이스 지음. 김현수·김대중 옮김.
감염병, 면역학 등의 권위자인 저자들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주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정리하며 록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같은 급진적 보호 조치에 대한 정당화 여부와 함께 코로나가 사회, 경제, 공중보건에 미친 영향 등을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 들려준다.
올해 초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코로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해 코로나가 전 세계에 미친 여파, 비교적 대처를 잘한 나라들의 비결 등을 차례로 기술해나간다.
옮긴이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를 휩쓸면서 우리를 발가벗겨 놓은 사회적 신체 중 하나가 '평등'"이라며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온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더봄. 192쪽. 1만5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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