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을 속여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7월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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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KB증권의 라임펀드 손해배상비율을 60~70%로 결정했다. KB증권을 통해 라임펀드에 가입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투자자 3명이 신청한 분쟁조정에 대한 결정이다.
금감원은 3건 모두 KB증권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을 결정한 후 ‘공격투자형’으로 (투자자성향을) 사실과 다르게 변경한 점(적합성 원칙 위반) ▶전액손실을 초래한 총수익스와프(TRS)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초고위험 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한 점(설명의무 위반) ▶TRS 제공사이자 펀드 판매사로서 상품 출시‧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 등을 손해배상 결정 이유로 꼽았다.
KB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와 운용에 모두 관련돼 있다. 라임펀드680억원어치를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라임운용에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했다. TRS는 투자금의 일정배수를 차입해 운용규모를 확대하는 계약으로, 레버리지 비율만큼 손실률도 높아지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손해배상 비율은 기본 60%를 기준으로 투자자 책임 등을 감안해 가감조정됐다. 이들 중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라는 것밖에 모르니 알아서 해 달라”고 했으나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상품에 가입하게 된 60대 주부, "리스크가 커 투자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의사를 밝혔던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에게는 손해배상비율이 70%로 책정됐다.
투자자성향을 직원이 임의로 변경한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해선 기존 분쟁조정 사례를 참고해 30%의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이외에 본점 차원에서 투자자보호를 소홀히 한 점, 초고위험상품의 특성 등이 고려돼 배상비율에 30%가 공통 가산됐다. 앞서 지난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후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경우엔 55% 비율을 기준으로 가감조정이 이뤄졌다.
라임펀드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KB증권에 대한 분쟁조정결정은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후정산 방식은 손실액이 확정되기 전 판매사의 동의하에 미상환액의 일정 비율을 우선 배상하도록 하고, 손실액이 확정되면 추가상환액에 대해서도 배상비율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의 손해가 확정되기까지 4~5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방식을 판매사에 제안했다. 현재로선 판매사 가운데 KB증권이 유일하게 해당 방식에 동의했다.
조정안 접수 이후 KB증권과 분쟁조정 신청인 등 양 당사자가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투자피해자 가운데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도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1조6700억원 규모) 가운데 환매 연기 사태로 개인 4035명, 법인 581곳이 투자피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까지 총 673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왔다. 금감원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할 경우 나머지 판매사에 대해서도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KB증권이 라임운용에 TRS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판매를 지속했다는 점 등을 들어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KB증권이 지난해 1~3월에 걸쳐 판매한 ‘라임AI스타1.5Y' 펀드(580억원)에 대해 42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고, 이 중 3건이 분조위에 부의됐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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