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소인 숨져 공소권 없다” 결론
“유족 반발로 포렌식 늦어져” 해명
부시장 등 방조 의혹도 “무혐의”
정의당 “검찰이 제 역할 다해주길”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수사전담 TF(팀장 우종수 차장)는 29일 “피고소인(박 전 시장)이 숨졌기 때문에 공소(公訴)권이 없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은 실종되기 전날인 지난 7월 8일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다.
경찰은 “피해자와 참고인을 조사하고 제출 자료를 검토했으나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돼 관련 법규에 따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사건사무규칙 69조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 경찰 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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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서울시 비서실 직원 등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불러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고소 문건 유포행위 등 ‘2차 가해’와 관련해선 15명을 기소하고 현역 군인 2명의 사건을 군부대로 넘겼다고 전했다. 해외 체류 중이거나 인적사항이 파악되지 않은 6명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피해자의 고소장’이라는 이름의 문건 유포에 가담한 5명에게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런 수사 결과에 대해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왔던 내용에 대해 최소한의 발표라도 있어야 피해자가 겪어 온 폭력과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권리라도 지켜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래야 피고소인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 대대적으로 애도를 표하기 바쁜 세력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가 확보될 수 있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 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모습이 담긴 CCTV.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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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역시 논평을 내고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전 서울시장 측근들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없었던 것처럼 ‘가혹한 낙인’ ‘피눈물 나는 고통’ 운운한다”며 “2차 가해가 난무하는 지금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제 검찰의 시간이다. 책임 있게 제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전 시장은 전 비서실 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다음 날 공관을 나간 뒤 이튿날(7월 10일) 자정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6개월이 다 돼서야 수사를 마무리한 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F 관계자는 “유족이 포렌식에 반발해 준항고(準抗告·불복신청)했고,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재개한 포렌식을 23일에야 마쳐 수사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떤 결과를 발표할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지난 8월 직권조사에 착수해 관계인 조사, 자료 검토, 현장조사 등을 마쳤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확인해야 한다며 국민감사청구를 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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