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격차 강화 위해 기존 3인 대표체제 유지하면서 사장급 교체
삼성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는 대표이사를 바꾸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새해에도 ‘초격차 유지’ 전략의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고동진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장의 ‘트로이카 체제’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는 메모리·파운드리(수탁생산)사업부장을 새롭게 바꾸며 안정 속에서도 쇄신을 꾀했다. 최시영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은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새롭게 부임했다. 최시영 사장과 이정배 사장은 반도체 사업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개발 전문가다. 최시영 사장은 연세대 재료공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 전자재료 박사 출신으로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팀장,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등 반도체 공정·제조 개발 관련 핵심 보직을 거쳤다. 그는 특히 2013년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 사업팀 공정개발팀장을 맡은 이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주도해왔다. 이정배 사장은 D램 전문가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장,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D램개발실장 등 기술 개발 관련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장으로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전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기술 초격차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는 2020년 실적 개선을 인사에 반영하면서 200명 넘는 승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부사장 승진자 또한 크게 늘었다. 대규모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삼성’을 표방하는 동시에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대폭 확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임원 214명을 승진 발령했다.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발탁 인사 또한 25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큰 규모로 단행됐다. 무선통신기술 전문가인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은 5G 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69년생으로 신임 부사장 가운데 최연소 승진자였다.
전자 계열사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에는 황성우 삼성전자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의 비(非)전자 계열사들에서는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용퇴하고 그 자리에 전문성을 갖춘 50대 인사들을 배치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오세철 건설부문 부사장(58)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승환 삼성인력개발원 부사장(56)이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로 승진한다. 3인 대표이사 체제인 삼성물산은 상사부문장인 고정석 사장을 제외한 대표이사 2명이 교체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정진택 부사장(59)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전문가인 존 림 부사장(59)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김재열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52)을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임명했다. 김재열 사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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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차·UAM 등 미래 신사업 강화… 정의선 사람들로 친정체제 공고히
현대차그룹은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자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중순 취임 후 연말에 처음 단행한 대규모 임원 인사에서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신사업 강화를 위해 신임 사장 5명을 승진 발령하고 부회장 2명이 물러나는 내용의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등 4명을 신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하며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에서 국내사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등 3개 직함을 갖고 있던 장재훈 부사장은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미래사업 핵심인 UAM 사업총괄에는 신재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0%가량이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배출됐다. 다만 정몽구 명예회장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을 비롯해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서보신 현대차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되며 2선으로 물러났다.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부회장 등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측근들이 2선으로 물러나며 그 자리에 새 부회장을 선임하지 않고 신규 사장 5명을 승진 임용한 점은 역시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젊은 경영’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장재훈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 고객가치담당 전무를 거쳐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에 오른 뒤 2020년 말 인사 때 국내사업본부장을 맡았으며 2020년 8월부터 제네시스사업본부장까지 겸직하는 등 중책을 수행해오고 있다. 장 사장은 이번 승진과 함께 국내사업본부장에선 겸직 해제됐다. 1964년생(56세)으로 이번 승진 사장 5명 가운데 가장 젊은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장 사장은 현대차 프리미엄 차량 매출에서 핵심인 제네시스 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특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 철학에 가장 걸맞은 인물로 손꼽힌다.
이원희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과 이원희 사장, 장재훈 사장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현대차 신사업 분야 상징인 UAM사업부 총괄이 된 신임 신재원 사장은 1959년생(61세)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지난 9월 UAM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정 회장이 구상 중인 ‘인간 중심 모빌리티’ 구현에 노력해온 신 사장은 이로써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지 1년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전기차 등 신차 개발을 주도하는 사내 연구개발(R&D)본부의 위상을 부쩍 키워 주목된다. 인사에서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현재 해당 본부장이 알버트 비어만 사장임을 고려하면 한 조직의 본부장과 부본부장을 모두 사장으로 전면 배치한 셈이다. 기존에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엔 부사장급이 주로 임용됐다. 박 사장 전보 인사를 통해 연구개발본부에 힘을 실음으로써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40대 초·중반 우수 인재와 여성 임원 등을 능력 위주로 발탁했다. 신성우 현대·기아차 CVC팀장(44), 윤구원 현대차 경영분석팀장(45), 김택균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43), 이상봉 현대캐피탈 Data Science실장(44), 이형민 현대건설 국내법무담당(45)이 40대에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업종 특성상 남성 임원진의 비율이 높았는데, 이번 인사(5명)를 포함해 올해 여성 임원 10명을 배출했다. 김주미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45), 허현숙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49), 박민숙 현대커머셜 CDF실장(44), 최문정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54), 박인주 현대건설 일원대우재건축 현장소장(48)이 상무로 승진하며 여성 임원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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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G 경영기조 가속화… 74년생 사장 발탁 인사도
SK그룹은 새해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임원 인사도 이에 맞춰 단행됐다.
SK그룹은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2명을 포함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규 임원 승진 중 68%가 바이오·반도체·소재 등에서 이뤄졌고, 퇴임 임원 63%는 기존 사업에서 나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직하지만 기존에 맡고 있던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에서는 물러났다. 유 부회장이 2013년부터 이끌어온 SK E&S는 최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주력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다.
추형욱 SK(주) 투자1센터장은 SK E&S 사장으로 선임돼,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의 공동대표를 맡는다. 추 신임 사장은 SK 수소사업추진단 단장도 겸임한다. 추 사장은 1974년생으로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원 선임 3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점도 화제다. 역시 사장으로 승진한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오며 행복경영, 딥체인지 등 SK 변화를 주도하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염 신임 사장은 ESG 등 SK의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그룹 역사상 첫 3연임에 성공한 점도 이목을 끈다. 2016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처음 선임된 조대식 의장은 의장직(2년 임기)을 2018년에 이어 2020년에도 재신임 받으며 ‘3연임 성공’이라는 첫 기록을 세웠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더불어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환경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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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역대 최대 15명 여성 임원 승진
임원 승진자 중 19%가 45세 이하
LG그룹은 5개 계열사를 분리하고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를 열어 젖혔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시킨 가운데 미래 성장 사업 추진을 위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신구 조화를 통해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고자 하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용퇴했지만 권영수 (주)LG 부회장과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 신학철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은 유임됐다. LG유플러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로는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선임됐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에는 김종현 사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사장 승진자는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2020년에는 5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과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이사,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이명관 LG인화원장, 이방수 (주)LG CSR 팀장 등 부사장 5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임원 승진자 124명 가운데 45세 이하 신규 임원이 24명(19%)에 달해 ‘젊은 피’ 전진 배치가 두드러졌다. 만 37세의 지혜경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이 상무가 되는 등 역대 최대인 15명의 여성 임원(전무 4명·신규 임원 11명)이 승진하는 ‘여풍’이 거셌다.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2019년 말 39명에서 2020년 말 51명(부사장 1명, 전무 9명, 상무 41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임원 중 비중도 5.5%로 커졌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 분리하는 LG신설지주(가칭)는 내년 5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LG신설지주는 LG상사, LG하우시스, LG MMA, 실리콘웍스, 판토스 등으로 구성된다.
▶롯데, ‘비상경영’ 선언… 젊은 조직 탈바꿈
임원 100명 줄이고 50대 초반 전진배치
‘비상경영’을 선포한 롯데그룹은 연말을 통해 젊고 민첩한 조직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임원 600명 중 100여 명을 줄이고 롯데칠성음료, 롯데마트, 롯데푸드 등에서 50대 초반 임원들을 대표이사로 전진 배치했다. 롯데그룹의 식품 분야를 이끄는 식품BU장인에는 이영호 사장(62)을 대신해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58)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됐다. 공석이 된 롯데칠성음료 대표에는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경영전략부문장(50)이 전무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이를 포함해 50대 초반 젊은 임원이 잇달아 계열사 대표를 맡게 됐다. 롯데마트 사업부장에는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이사(50), 롯데푸드 대표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이진성 부사장(51),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는 황진구 LC USA 대표이사 부사장(52)이 자리를 옮긴다. 여기에 롯데지알에스 대표에 선임된 차우철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52), 롯데정보통신 대표로 보임되는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DT사업본부장(52)도 젊은 최고경영자(CEO)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그룹은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전년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2020년 신규 임원 승진자는 총 50명으로 2018년(110명)의 절반 이하일 뿐만 아니라 인사폭이 역대 최고로 컸던 2019년(64명)보다도 더 줄었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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