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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헌재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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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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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이 낸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행위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확인 결정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 등 정치적 견해는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그것이 지지 선언 등의 형식으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 범위 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의사형성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내용에 관한 정보도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며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법령상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런데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권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국가가 이같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인을 사업 지원에서 배제한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집권세력의 정책 등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며, 화자의 특정 견해, 이념,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지원배제 지시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청구인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2013년 9월경부터 2014년 5월경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련 비서관들은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좌편향 인사 및 단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축소·배제 관련 내용이 포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을 구축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문체부에 하달했다.

문체부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전달받은 지원배제 명단을 비롯해 국정원 정보보고 문건,국정원에 검토 의뢰해 받은 명단 등을 취합해 가면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계속 보완했고, 여기에 포함된 개인·단체가 정부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지원 배제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했다.

문체부는 청와대로부터 하달된 지시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에 대하여,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청구인들을 배제하라고 지시하여 그 지원을 차단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이같은 행위가 자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7년 4월 헌법소원을 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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