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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제 강점기에 등장해 미군정 시기를 거쳐 1948년 단정 수립과 함께 뿌리내린 특수한 규율체계."
문학평론가 유임하 한국체대 교수는 신간 '반공주의와 한국문학'에서 반공주의를 이같이 정의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주도한 세력 중 하나였다. 일제는 독립운동을 하는 사회주의자들을 혹독하게 탄압하면서 반공의 공포증을 내면화시켰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냉전을 주도한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던 시기가 1950년대 초였다. 일제가 그 이전에 이미 반공주의를 탄압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은 놀랍다.
유 교수는 '반공주의와 한국문학'에서 반공주의가 한국 문학을 억압해 어떻게 왜곡했는지 그 시대적 흐름을 살펴본다. 유 교수는 미국 코넬대 베네딕트 앤더슨 교수의 입장을 견지한다. 앤더슨 교수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상상된 공동체'일 뿐이며 근대소설이 상상된 공동체를 결속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내면화된 반공에 대한 공포는 광복 후 오히려 더 번성했다. 유임하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복은 우리에게 '돌연' 찾아왔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민족주의를 내세운 좌우의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이 벌어졌다.
광복 직후 미소 분할 점령은 지리적 분단을,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논의된 신탁통치안은 이데올로기적 분단을 낳았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분단은 급기야 사회적 분단으로까지 격화되는데 1946년 3월 북한의 토지 개혁이 결정적이었다. 북한의 토지 개혁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고 남한의 우파 정치세력은 취약한 대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반공주의를 정치적으로 전면화했다. 우파 정치세력이 취한 반공 이념은 사회주의자들을 민족의 적대적 타자로 지목한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자들을 축출, 배제하고 사상적으로 좀더 균질화된 국민을 창출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문학은 반공주의를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유 교수는 1951년 국제보도연맹이 발간한 '적화삼삭구인집'을 반공 텍스트의 기원으로 본다. '적화삼삭구인집'은 서울 수복 직후에 기획돼 피난지 부산에서 간행됐다.
1960년대 순수문학 논쟁도 반공주의의 토대 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유 교수는 순수문학론이 완성된 체계를 가진 문학론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순수문학론은 좌파 진영의 문학론을 나와 다르다고 타자화하면서 만들어진 논쟁적 구성물이었다는 것이다. 순수문학을 주장했던 김동리는 '본격문학과 제3세계관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학을 서열화했다. 정치성과 공리성을 표방하는 좌파 또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중간파 문학을 제2, 제3의 문학으로, 순수문학의 자율성을 제1의 문학으로 격상시켰다. 유 교수는 순수문학론이 이같은 방법을 통해 일체의 사상성을 소거하고 문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배제시켰다고 설명한다.
탈냉전의 기조 속에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문학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홍성원의 '남과 북',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원일의 '불의 제전', 황석영의 '손님'은 6·25전쟁을 조망한 대표적인 성취였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태백산맥'에 대해 유 교수는 "선악 대립의 인물 구도가 가진 경직성, 이념적 중간항에 속하는 인물들의 상대적인 결핍, 작가의 확정적인 역사 판단에서 오는 편협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1980년대의 억압적인 현실 안에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신장시킨 1980년대 문화의 실천적 사례"라고 평한다. 나아가 반공주의의 폭력성과 내면화된 사회통념을 일거에 해소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어떤 반공 텍스트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핀다. 해금조치 30주년을 맞아 근대문학사를 어떻게 복원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유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문학과 반공주의의 연관, 해방 이후 문학과 북한문학을 연구해왔다. '반공주의와 한국문학'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의 연구성과 19편을 모은 결과물이다. 지금은 반공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볼 수 있을까. 유 교수는 반공주의는 지금까지도 감시와 처벌, 검열과 공포의 효과를 발휘하며 사회 성원들의 '정신'까지 관장하는 생체권력이라고 진단한다.
(반공주의와 한국문학/유임하 지음/글누림)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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