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3일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발표
"모든 취업자, 실업급여로 보호·안전망 강화"
단시간 근로자, 자영업자도 당연가입 추진
고보기금 만성 적자 우려…재정건전성 빨간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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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2025년까지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원치 않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자영업자 등의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여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또 실업급여 지출액이 늘어나면서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가중돼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고심할 부분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지 약 7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이번 로드맵을 통해 고용보험 가입자를 1367만명(지난해 기준)에서 내년 1500만명, 2022년에는 1700만명, 2025년 2100만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정 소득 있으면 무조건 고용보험 가입=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적용 기준이다. 현재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보험료 등을 산정하는데 이를 '소득'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임금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일자리가 여러 개인 경우엔 각 일자리에서 얻는 소득을 합산한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 관리가 어렵거나 초단시간 일자리를 여러 개 가진 근로자도 고용보험 대상이 된다. 산업별로는 도소매ㆍ음식 숙박업(54%), 건설업(42%)에서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월 단위로 누락 근로자를 확인하고, 고용보험에 직권 가입시킨다는 계획이다.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인 65세 이상 취업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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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책임도 강화해 내년 상반기까지 노무중개ㆍ제공 플랫폼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업계 실태를 파악키로 했다. 2022년 1월부터는 플랫폼 사업주가 ▲피보험자격 신고▲보험료 원천공제▲납부 의무를 지게 된다.
◆자영업자는 사회적 대화로, 일부 종사자는 반발= 문제는 정부의 로드맵대로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부 특고 종사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와 함께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노동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에 자동 가입된다. 영세 사업주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국세청과 연계해 개인의 소득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반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번 로드맵에서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 방식은 사회적 대화로 남겨뒀다. 내년 상반기에 당사자와 관계부처, 전문가 등으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고, 2022년 하반기까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재 5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도 희망자에 한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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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폐업이나 소득 급감에 따른 생계 불안이 가중되면서 자영업자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고용부가 실시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사업 결과를 보면, 지원금 150만원을 받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 약 110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육아휴직급여 지급대상은 사회적 협의를 거쳐 2022년부터 특고, 예술인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대될 전망이다.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육아휴직급여까지 혜택을 확대하려면 추가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고보기금 '만성 적자'..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보험 적용대상이 확대되면 실업급여(구직급여) 지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고용보험기금의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용이 불안정한 특고ㆍ플랫폼 종사자를 테두리 안으로 넣으면 만성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은 약 3조26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업급여 지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실업자 160만명에게 10조9000억원을 지급했다.
한편 정부는 저소득층 특고ㆍ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두루누리 사업을 확대한다. 내년 예술인 3만5000명, 특고 43만명을 지원하는 데 각각 97억원, 59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내년 1분기에 '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제정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료도 지원할 계획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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