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국 정상회의 의제 놓고 韓中과 입장 달라
정권 교체 美와 관계 우선, 민감 사안 결정 미뤄
美, 한중일 협력에 부정적...대중 정책 수위 관건
中, 동북아 3국 관계증진 美 압박 완충에 긴요"
뉴린제 중국 산둥대 한중일 협력연구센터 주임. 뉴 주임은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시대에 한국, 중국, 일본이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올해 한국이 개최하려다 무산된 3국 정상회의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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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은 꿈이 같습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운명 공동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면서 공동체 의식은 흔들리고 꿈은 흐릿해지고 있다. 3국 정상이 올해 차기 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이 반대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3국이 매년 번갈아 개최한 회의가 무산된 것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2013~14년, 2016~17년 이후 세 번째다.
뉴린제(牛林杰) 중국 산둥대 한중일 협력연구센터 주임(센터장)은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은 동북아에서 고립된 처지”라며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일 간 조율이 끝나고 난 이후에야 3국 정상회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 주임은 “미국은 한중일 협력에 부정적이어서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 강도가 3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반대로 3국 협력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완충할 수도, 한국과 일본이 미중 갈등의 중재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방역이 우선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3국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은 한중 간 이미 합의된 사안이어서 한중일 정상회의와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 주임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한중 관계와 한중일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지한파 전문가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화면 위 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이 지난달 14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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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일본은 한국이 개최할 3국 정상회의에 부정적이다. 다자 대화의 판을 깨려는 건가.
“일본의 부정적인 태도는 강제징용 문제를 구실로 하고 있다. 하지만 더 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본다. 일본은 3국 정상이 다룰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바라는 자국 이익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여긴다. 또 회의 의제를 놓고 관점이 비슷한 중국과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립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일본은 정권 교체를 앞둔 미국과 정책적 조율을 진행하기 전에 민감한 사안인 대중ㆍ대북 정책 조정을 유보하고 추후에 결정짓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인지라 일본은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고 미일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야 3국 정상회의에 나올 것이다.”
_3국 정상회의는 왜 열려야 하나.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회의가 열린 이후 국제정세에 중대한 변화들이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미국 대선, 일본 스가 정권 출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중국 14차 5개년 계획 등이다. 이는 한중일 3국 협력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요인이다. 정상회의를 통해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협력 방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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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회의가 열린다면 우선적으로 다룰 의제는.
“한중일 방역 협력 제도화가 급선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해야 한다. 이외에 동아시아 제조업 공급 사슬, 한반도 비핵화, 3국 간 인적 교류 등이 다뤄질 것이다.”
_회의가 언제 열릴까.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잇따라 인증받아 여러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내년 여름까지 적어도 한중일 3국의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3국 정상회의는 내년 상반기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_한중일 정상이 만나지 않고 화상으로 진행하면 안되나.
“3국의 방역 상황을 먼저 지켜봐야 한다. 상대국을 방문해 직접 만나 회의를 진행할 여건이 안되면 화상으로 개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국ㆍ유럽연합(EU) 등 각종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치러졌지만 한중일 3국은 아직 대면 회의를 고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왕 국무위원은 미국 대선이 끝나자 발빠르게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에 맞서 한중일 공조를 다졌다. 뉴시스 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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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바이든 정부 출범이 3국 정상회의에 미칠 영향은.
“미국은 한중일 협력에 부정적이다. 대중 정책의 방향이 관건이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을 어느 정도 계승할지, 그리고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게 얼마나 동참을 강요할지에 따라 3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_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맞서 동맹을 중시하는데.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한일이 참여하는 3국 정상회의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 한중일 협력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줄일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 수위를 낮추는 중재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 협력의 중요한 기제(機制)다.”
_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참여를 선언했는데.
“한중일 3국은 이미 RCEP 체결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중국과 한국이 CPTPP에 가세하면 한중일 FTA가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한중일 협력체는 RCEP과 CPTPP의 양대 경제 블록체제에서 핵심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의가 미뤄지면서 3국 FTA 체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_3국 정상회의가 연기됐는데 시 주석 방한이 가능할까.
“시 주석 방한은 한중 간 외교 채널을 통해 이미 합의된 사안이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호전되면 바로 실현될 수 있다. 3국 정상회의 개최와는 별개다.”
_3국 정상회의 순서가 ‘중국-한국-일본’인데 왜 중국은 ‘중일한’ 정상회의로 표기하나.
“회의 명칭은 관례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중일한’, 한국은 ‘한중일’, 일본은 ‘일중한’ 정상회의라고 부른다.”
(※중국과 일본 모두 자국 뒤에 상대국을 먼저 앞세우며 한국을 맨 뒤로 제쳐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중국은 회의 순서에 따라 중한일 정상회의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 주임의 중국 소속기관은 중일한 협력연구센터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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