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의 회고록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하지만 제조업이 쇠퇴하고 산업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져갔다. '러스트벨트' 명칭은 '녹이 슬었다(rust)'는 의미로 붙여졌다. 산업 공동화와 그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빈곤, 권리 박탈 등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간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남성 중심적 일터로 여겨지던 제철소에서 터져 나온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동안 백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진단서와 담론서는 나왔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러스트벨트의 하나인 공업지대 클리블랜드에서 자랐다. 하지만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아르셀로미탈 클리블랜드 제철소에 가까스로 취직하게 된다.
제철소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끊임없는 성차별, 죽음과 부상 등 위험의 상존, 강도 높은 밤낮 교대 근무 등 그를 괴롭히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서 덜커덩거리며 움직이는 거대한 크레인과 작업장을 마구 내달리는 지게차를 항상 조심해야 했다. 뜨거운 열로 아연을 녹여 강철에 입히는 업무 또한 위험천만했다.
저자는 신입 철강 노동자 오리엔테이션부터 제철소의 내부 모습, 업무 과정, 노동자들의 문화와 정치성향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기록한다.
그뿐 아니다. 저자는 오랜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제철소의 의미와 러스트벨트만의 가치도 점차 이해하게 됐다. 밥벌이를 위해 죽어간 노동자들을 열정적으로 추모하는 동료들을 보며 유대감을 느끼는 철강 노동자로 성장해나간다. 책에는 이처럼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진하게 배어 있다. 다음은 저자가 들려주는 감회의 한 대목이다.
"나의 길은 나를 제철소 한복판으로 이끌었고, 제철소 근무는 잠시 나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통제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삶에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몇 년 간 나를 힘들게 했던 문제들-가난, 성폭행, 질병-이 이제는 제어 가능한 것들로 느껴졌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43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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