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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트럼프, 코로나19 백신 ‘아버지’ 자처… 접종은 왜 꺼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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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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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의 연내 생산 성공이 순전히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연내 백신 출시를 목표로 ‘초고속작전’을 진두지휘해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9개월 만에 생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조기 접종을 꺼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주에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의료진이 권유하지 않으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의료 전문 기관인 미국의 카이저 패밀리 재단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의 71%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원의 백신 거부율은 12%에 그쳤으나 공화당원의 거부 비율이 42%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공화당원 백신 거부자의 57%가 코로나19의 위험이 과장돼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장에서 공화당원들이 대체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70∼80%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신 접종 거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백신 개발에도 불구 미국에서 집단 면역이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스크에 이어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가 개인의 신체 관리에까지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움직임에 강하게 저항했고, 이제 백신 의무 접종 움직임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지지층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면 내년에 미국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나 전직 대통령이 될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독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에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해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마스크 착용을 극구 꺼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코로나 19 백신으로 팬데믹이 진정될 수 있고, 이는 자신의 커다란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출마 당시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몸에 어떤 나쁜 물질을 집어넣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꺼렸고, 미국인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권유하지도 않았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접종에 전적으로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됐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백신을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조속히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체가 생겼을 수 있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다”고 15일 ABC방송에서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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