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를 함께 조망한 '옥스퍼드 세계사'
이렇듯 지금으로부터 1만 2천년 전까지 인간 집단의 경제는 비슷했다. 하지만 이후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문화적 변화가 가속화한다.
신간 '옥스퍼드 세계사'는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부터 현재까지 20만 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노터데임대학 역사학 교수 등 11명. 이들 공저자는 인류 역사를 우주의 망대에 올라선 은하계 관찰자의 시선으로 탐색한다.
책은 고대 문명의 발상부터 서술하는 기존의 세계사 서적들과 달리 인류의 초창기, 즉 호미닌의 세계에서 사피엔스가 등장해 진화해간 시기를 꽤 비중 있게 다룬다. 지리적 범위도 말 그대로 전 세계다.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문명 발달 수준을 잣대로 각 문화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날을 전망할 때 유념해야 할 두 가지 장기 추세를 알려준다.
그 하나는 인류가 처음부터 줄곧 자연에 속박된 존재였다는 것. 태양 극소기, 계절풍, 엘니뇨 등 지구 기후계의 변동은 문명의 흥망을 좌우해왔다. 흥성한 문명의 배경에는 온난한 기후와 적절한 강우량이 작용했고, 쇠락한 문명의 배경에는 한랭한 기후와 폭우, 가뭄이 작용했다. 산업혁명 이래 인간이 자연의 속박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례 없는 자연재해와 기후 위기는 인간의 오만이 파국을 자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때때로 창궐해 문명과 사회에 심대한 타격을 입혀온 전염병의 위력이다. 저자들은 페스트, 두창, 출혈열,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이 인구를 급감시키고 경제를 마비시켜 지정학적 판도를 바꿔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14세기 흑사병 시대를 살다간 이슬람 역사가 이븐 할둔은 "동방 문명에도 서방 문명에도 민족들을 파괴하고 인구 집단을 사라지게 하는 역병이 엄습했다. 역병은 문명의 좋은 것들을 대부분 집어삼키고 앗아갔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도 '문명의 좋은 것들'을 빼앗고 '인간이 거주하는 세계 전체'를 바꾸게 될까?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내고 있는 '도판과 함께 읽는 옥스퍼드 역사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세계사편으로, 원서는 지난해 초에 출간됐다.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684쪽. 3만8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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