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코로나19로 라트비아서 사망"
3대 영화제 모두 수상한 유일 한국인
‘미투’ 폭로에 나락…끝까지 법정다툼
11일 코로나19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덕 감독. 2018년 베를린영화제 참석 당시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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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체류 중이던 영화감독 김기덕 씨가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현지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타스 통신이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60세.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으나 이달 5일부터 연락이 끊겼고, 동료들이 현지 병원들을 수소문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었다고 델피는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인으로선 최고 영예(3대 영화제 본상 수상 등)를 누렸지만, 세속 현실에선 성폭력 추문으로 그 영예를 얼룩지게 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기 전까지 김 감독이 ‘피에타’로 2012년 베니스영화제 작품상(황금사자상)을 받은 게 한국영화계에선 가장 큰 트로피였다. 덕분에 그해 은관문화훈장까지 받았다. 앞서 2004년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은곰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은사자상),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으며 3대 영화제에 두루 이름을 올렸다.
1960년 경북 봉화 출생으로 서울로 이주한 10대 시절부터 공장에 다니는 등 정규 대학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1990년대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다 독학으로 영화 감독을 꿈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96년 데뷔작 ‘악어’로 충무로에 충격파를 던진 후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 대자본이 장악한 한국 영화계에서 저예산 독립 제작 체제로 작업하며 각본·연출·미술을 거의 모두 스스로 담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쁜 남자' 등 사회에 소외되고 도태된 자들의 원초적이고 저열한 삶을 자극적인 영상미학으로 선보이는 게 그의 장기였다.
하지만 특유의 폭력적인 작품세계 이면에서 영화 제작 현장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전 세계적인 ‘미투’ 파문 속에 그와 영화를 함께 했던 여배우·스태프들이 각종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그는 법정 다툼을 벌이는 한편 해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7)을 끝으로 한국 영화계를 떠난 채 해외를 떠돌았다. 배우 조재현은 ‘나쁜 남자’(2002)부터 ‘뫼비우스’(2013)까지 모두 여섯 작품을 함께하면서 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지만 ‘미투’ 폭로의 오명도 함께 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신작 ‘디졸브’를 현지 배우들과 러시아어로 촬영했다고 한다. 지난 11월엔 '미투' 관련 항소 및 손배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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