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法, 강북구 경비원 갑질 입주민에 징역 5년…대법원 기준보다 높은 형량 선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0일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의 친형 최 모씨가 심 모씨에 대한 판결 직후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윤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사망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갑질'을 한 입주민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0일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허경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보복목적의 상해·감금·폭행을 비롯해 상해·무고·협박·강요미수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심 모씨(49·구속)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아파트 주차장에 일렬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손으로 밀어 이동시킨데 불만을 품고 다투는 과정에서 최씨에게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것(상해)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최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같은 달 27일 경비실 화장실에서 12분 동안 최씨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폭행을 가해 코 뼈를 부러뜨리는 등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보복상해)를 입혔다.

또 최씨에게 경비원직 사표를 쓰라고 강요하고 "(사표를 안 쓰면)100대 맞기로 했으니 100대 맞아야 한다"는 등 위협한 것(강요 미수)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심씨가 같은 달 오히려 최씨가 자신을 모욕했다며 강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그를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무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최씨가 자신을 고소한 데 대해 보복 폭행도 했다. 심씨는 지난 5월 3일에 경비실에 찾아가 최씨의 모자를 빼앗아 전달 그가 때린 코 부위를 모자 챙으로 코 부위를 문지르고 수 회 때린 것(보복 폭행)으로 조사됐다. 이에 고인의 형 최 모씨가 따지자 심씨는 지난해 교통사고 후유장애 진단서 사진을 피해자에 대한 진료비 청구 자료로 쓸 것처럼 문자메시지로 보내며 협박한 것(협박)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심씨의 갑질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다가 지난 5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심씨측 변호인은 4월27일 사건에 대해서는 보복감금, 보복상해 사실이나 보복 목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5월3일 보복폭행 사건도 같은 취지에서 부인했다. 형량이 1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무거운 특가법 상 범죄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7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가법 상 보복 목적 범행은 보복 목적이라는 것이 다른 목적범과 마찬가지로 적극적 의혹이나 확정적 인식이 필요하지 않고 미필적 인식만 있어도 해당되고, (보복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라 다른 동기와 함께 있어도 (보복 범죄에 해당)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심씨에게 이례적으로 대법원 양형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범행중 증거가 명백한 부분을 제외한 보복 목적의 감금, 상해, 폭행 건을 부인하고 있다. 또 수사과정의 태도와 법정 진술을 보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법원 양형기준 권고 형량은 징역 1년~3년8월이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해 권고형량 범위를 벗어나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심씨가 2010년 이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심씨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심씨는 10일 선고 당일 변호인 없이 혼자 재판에 출석했고 선고를 받은 후 말 없이 법정을 나섰다.

고인의 유족은 이날 재판 직후 울분을 토했다. 고인의 친형 최씨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징역)5년이라는 데 고인에게 형으로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좀 더 강력한 법을 만들어서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그는 심씨를 향해서도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고인이 영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또 "주민 갑질로 인해서 경비원이 사망하고 짓밟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좋은 법이 생겨서 사회적 약자가 같이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갑질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