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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마스크 없는 세계'일 수 있을까...TV 방역을 둘러싼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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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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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수 이찬원씨가 고정출연 중인 tv조선 <뽕숭아학당>의 한 장면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출연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 구성 상 집단 감염 위험이 크다. 뽕숭아학당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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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촬영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앞부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막이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던 연예인 출연자들도 실내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한다. 땀을 흘리며 게임을 하거나 마이크를 돌려 쓰기도 한다. 출연자 한 명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출연자 전원이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다.

마스크가 ‘신체 일부’가 돼버린 시대지만 TV 속 세상만큼은 예외였다. 하지만 최근 가수 청하, 이찬원, 업텐션의 비토와 고결, 에버글로우의 이런과 시현 등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도 줄줄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연예인들도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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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촬영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앞부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막이다. 하지만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던 연예인 출연자들도 실내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벗고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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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제작진 말이 거짓은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달 발간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4판)(▶링크 바로가기)에 따르면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이나 방송 출연, 사진촬영, 수어통역을 할 때는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촬영을 하지 않을 땐 스태프는 물론 출연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거리 두기 단계별 모임·행사 규정에 따라 현장 스태프 수도 조정한다. 손 소독과 체온 측정에도 신경을 쓴다.

다만 연예인 출연자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고민이 깊다. 지상파 음악방송 관계자 A씨는 “유명 기획사들은 팀별 비주얼 디렉터를 따로 둘 정도로 ‘보이는 음악’에 신경을 쓴다. 마스크를 끼고 하는 공연보단 결방이 차라리 현실적 대안 같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 예능PD B씨도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표정이나 말을 통해 그들 감정에 공감한다”며 “출연자들이 먼저 촬영 중 마스크 착용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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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즉흥 바다 여행을 떠나는 설정으로 구설에 올랐다.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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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TV 속 세상이 ‘마스크 없는 세계’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건 연예인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 가능했다. 방송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시청자들의 ‘심리방역’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인 출연자들 역시 촬영이 끝나면 TV 밖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방송계 내부에서도 방역수칙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씨는 “연예인들은 감염이 활동 중단으로 직결되는 만큼 일반인보다 더 조심할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믿음이 깨지고 있다”면서 “방송계는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 일하는 만큼 일반 회사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시사교양 PD C씨도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이 마스크 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전문가 패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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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8월 VMA에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라이브 공연을 했다. 유튜브 M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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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진전된 시도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엠티비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 참석한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려 음향장치가 내장된 마스크를 쓰고 라이브 공연을 했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투명 유리벽을 설치한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는 코로나19 확산 후인 8월 <배달해서 먹힐까>로 이름을 바꿨다. 비대면 시대에 맞게 프로그램 콘셉트를 수정한 것이다.

‘일터로서의 촬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역수칙도 필요하다. 실내공연장 등이 ‘중점관리시설’로 분류돼 세부지침이 마련된 것과 달리 촬영장 현실을 고려한 구체적 방역수칙은 아직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촬영 현장도 다른 영업장들처럼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장비를 충분히 소독해야 한다”고 했지만 일반 사무실과 촬영장의 노동 환경은 크게 다르다. 일부 프로그램이 ‘출연자는 촬영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이유로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두지 않는 구성을 유지하는 것도 지침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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