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시작은 한 누리꾼의 호기심이었다. 분명 자신이 어릴 때보다 호빵의 크기가 작아진 것 같은데, 삼립호빵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제품의 직경은 10㎝ 중량 90g으로 호빵 규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검색하던 이 누리꾼은 한 인터넷매체의 카드뉴스에서 다음과 같은 소개를 발견했다. “2018년 호빵 직경 10㎝, 무게 108g으로 1971년과 동일” 차이를 알겠는가. 108g과 90g. 실제론 은근슬쩍 18g을 줄여놓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거짓홍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SPC삼립 측은 펄쩍 뛰는 반응을 보였다. 속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출시 후 중량은 변하지 않았으며, 다만 2006년 발간된 사사(社史)에 수분이 날아가기 전 제조중량(생산스펙) 기준으로 108g으로 실린 적이 있는데, 거기에 사용된 데이터가 그 후에도 간헐적으로 인용되며 빚어진 혼선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SPC그룹/보배드림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논란을 확실히 종결시키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영양성분표를 제시하면 된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도 108g으로 표기된 영양성분표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회사 측도 과거 1971년 제작된 호빵봉지의 영양성분표와 같은 자료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다 발견한 자료. 2014년과 2015년에 95g으로 단팥호빵의 중량을 표시한 영양성분표 사진이다. 이건 뭘까. “유통채널 별로 조금 차이가 있어요. 할인점이나 편의점에 들어가는 것과 개인이 하는 대리점에 들어가는 스펙이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할인점·편의점에서 번들로 파는 호빵은 90g 기준인 데 반해 슈퍼 등에 대리점을 통해 나가는 호빵은 지금도 95g 기준으로 나가는 제품이 있으며 가격은 아무래도 95g짜리가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약 135원 더 비싸다는 것이다.
아무튼 결론을 내자. 처음 누리꾼이 느낀 호빵 크기의 차이는 주로 사먹던 곳이 동네슈퍼에서 마트나 편의점으로 바뀌면서 생긴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그 누리꾼은 “내 말이 틀리면 나를 고소·고발하라”고 하던데? “해당 글에 대한 조치나 작성자 고소는 검토한 적 없고, 이렇게 기자분들 문의가 오면 설명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의 답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