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취재후 Talk] 김종인, '무릎 사과' 감동 재현할까…전직 대통령 사과 깊어지는 고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조선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 도중 물을 마시는 모습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임박했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 두 가지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 朴 전 대통령 탄핵 가결일?

비대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5·18 비하 발언과 두 전직 대통령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다짐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비대위원장도 지난 9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취임과 동시에 대국민 사과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뒤에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당내 의견이 많았고 김 위원장도 이에 시기를 봐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올해안에는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한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닷새뒤면 4년째를 맞는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구속, 그 결과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책임에 대해 사과하기에는 적합한 날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민주당은 9일에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기업 3법(공정경제 3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7~8일 법사위부터 국회에선 여야의 입법전쟁이 불붙을 것이다. 게다가 10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도 예고돼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과의 파장'을 고려하면 9일은 "안 맞을 것 같다"고 했다.


TV조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월 19일 광주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소는 국회? 외부는 코로나19가 발목

국민의힘 비대위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장소'이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 좀 달라'고 한다. 이른바 '탁현민식 연출'로 사과의 진정성이 극대화되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보인다.

5.18 무릎 사과가 그랬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81세 노정객은 5·18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는 순간엔 다리가 저린지 휘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TV조선

김종인 위원장은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읽는 도중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벌써 100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

사과 메시지를 발표할 때는 감정에 북받쳐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였다.

가장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메시지를 낸 것이었다. 호남 출신인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지구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떠올랐다"고 극찬했다. 민주당에선 애써 김 위원장의 사과를 평가절하했지만, "역사의 진전이다. 과거 정치인들이 못 했던 부분을 김 위원장이 했기에 그 자체로 평가를 해줘야 한다"(김부겸 당시 당 대표 후보)는 호평도 나왔다.

그렇게 보면 평소 비대위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관 228호는 진정성을 살리기에 좋은 곳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일인 9일에 맞춰서 한다면, 본청 앞 광장 등 국회 내 공간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날짜가 바뀐다면 이 역시 조합이 안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도 있지만, 현 비대위가 새로 마련한 것이어서 '정통성'이 떨어져보인다. 그렇다고 외부 공간을 찾으려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현재 거리두기 2단계에서 9인 이상은 모일 수 없다.


TV조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부 반발 넘어 '탄핵의 강' 건널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과 전에 당내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권을 했다가 놓친 것은 국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과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오히려 상대방의 낙인 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의 과거에 대해 사과를 할 만큼 정통성을 가진 분이 아니다", "상대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란 논리다.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중에는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도 대구·경북 등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등 '탈당파'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는 게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전언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사과는 중도층의 마음을 달랠 수 있지만, 전통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생각은 확고하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사과로 매듭을 짓고 페이지를 넘기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궐선거 레이스가 시작되면 경선 후보간, 상대당 후보간 토론이 벌어질 텐데, 그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중대사를 앞두고 목욕재개 하는 것"에 비유했다.

최근 희망22 사무실을 열고 대선 기지개를 켠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사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을 지지했다. "탄핵의 강을 안 건너면 국민의 마음을 못 얻는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기도, 선거도 이제 넉 달을 남겨두게 됐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진취적 정당'이었다. 김 위원장의 두 번의 사과 후 국민의힘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있을까. / 김수홍 기자



김수홍 기자(shong@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