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아픈 역사 기록하는 것도 역사"
지난 5월 철거방침 뒤 찬반 단체 6개월 갈등
5·18단체 제시한 사죄상 설치 등 수용 안해
동상 철거 놓고 6개월 갈등…목 훼손 사건까지
지난달 19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 동상 목 부위가 파손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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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가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 설치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사는 3일 충북도청에서 비대면 브리핑을 열고 “충북도는 동상 철거와 존치의 중간 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통령길 명칭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상을 철거하지 않는 대신 두 전직 대통령의 죄목을 관광객이 볼 수 있도록 안내판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자사는 지난달 24일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요구한 9가지 변경안은 채택하지 않았다. 국민행동은 동상을 쓰러뜨려 바닥에 눕히거나 제거하는 방법, 동상을 존치하되 그 옆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조형물을 만드는 것 등을 제시했다. 다만 죄목을 적은 표지석을 세우는 안은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국민행동에서 제시한 여러 방안 중 ‘현 동상을 눕히거나 15도 앞으로 숙이는 등’의 방안은 저작권 문제와 기술적 어려움으로 수용할 수 없었다”면서도 “‘죄목을 적는’ 것과 ‘대통령길 명칭 폐지’ 요구는 충북도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전두환대통령길'에 자리한 전 전 대통령의 동상이 비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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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동상 철거 논란은 지난 5월 충북도가 전·노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방침을 정하면서 시작됐다. 5·18단체는 “예우를 박탈당한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없애야 한다”며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일부 보수단체 등은 “동상을 그대로 놔두고 잘못된 역사를 기록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동상 철거를 위한 조례 제정과 추가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지만, 찬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충북도는 6개월 넘게 갈등이 이어지자 동상을 존치하되 역사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러자 지난달 19일 한 50대 남성이 청남대에 들어와 전두환 동상을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지사는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동상 존치 결정은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라는 인식에서 내려진 고육지책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동상에 설치할 안내판의 문구와 대통령길 명치 폐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자문위원회를 통해 검토할 예정이다.
국민행동 측은 반발했다. 이들은 “청남대 안가기 운동을 전개하고, 동상을 없앨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 본관 건물을 60% 축소한 형태로 만든 대통령 기념관. 2015년 6월 준공한 이 전시관은 대통령 기록화와 대통령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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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조성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도로 관리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충남도는 청남대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2015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대통령길은 전두환 대통령길(1.5㎞), 노태우 대통령길(2㎞), 김영삼 대통령길(1㎞), 김대중 대통령길(2.5㎞), 노무현 대통령길(1㎞), 이명박 대통령길(3.1㎞) 등 6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과 산책로는 그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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