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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래서 이용구였나… ‘원전조작의 핵’ 백운규 변호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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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자택 압수수색때도 참관, 윤석열 해임 결정할 징계위 참여… 법조계 “정권 수사 막겠단 의도”

조선일보

이용구 신임 법무차관 내정자와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복귀한 지 하루 만인 2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감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원전 파일 444개를 파기한 공무원에 대한 이날 구속영장 청구로 향후 검찰 수사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를 향하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다. 이 차관은 4일 윤 총장 해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법무부 검사징계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 온 법조인을 윤 총장 해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이해 충돌이자 사실상 ‘정권 수사 저지' 목적의 인사”라며 “대통령이 이를 모르고 이 변호사를 임명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차관은 작년 9월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에 착수한 이후 선임계를 정식 제출했고, 최근 검찰 조사 단계까지 백 전 장관의 변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할 때 현장에 있었고, 백 전 장관 휴대전화 등에 대한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복구)에도 참관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이 차관은) 월성 사건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이날 대한변협에 휴업계를 냈다.

향후 이 차관은 징계위 참여뿐 아니라 대전지검의 월성 사건 수사의 주요 상황도 보고받게 된다. 이 차관 임명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검찰총장 직무 배제 사태가 청와대와 정권 핵심으로 향하는 원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란 방증”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이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했던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장관은 전격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를 명령했다.

이래서 이용구였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 하루 만인 2일 월성 1호기 관련 문건 444개를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한 것은 법대로 이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해석한다. 수사의 칼끝이 산업부를 넘어 청와대를 향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에서 “넘지 말라”고 한 선을 넘은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칫 자신의 직무 집행을 정지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오인될 수 있음에도 영장 청구를 승인한 것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온 윤 총장의 원칙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은 윤 총장의 직무가 정지된 지난달 24일 영장 청구를 대검에 보고했었다. 직무가 정지된 기간 동안 미뤄졌던 것을 원칙대로 승인한 셈이다.

대전지검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에 근무했던 A씨 등 3명이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감사원 감사 하루 전 어떻게 알고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했느냐’는 질문에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라고 답변한 인물이다. 믿는 구석이 없고서야 수사기관을 희롱하는 이런 답변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그러나 검찰은 A씨 등이 지금은 수사에 지극히 비협조적이지만 일단 구속되면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규명하는 수사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의 본류라고 불리는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 수사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가동 중단하느냐”는 한마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청와대 담당 비서관을 통해 산업부에 전달됐고, 한수원 이사회는 조기 폐쇄 결정과 가동 중단을 결정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붙인 주범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으로 앉히면서 향후 수사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차관 내정자는 윤 총장 징계위에 당연직 위원으로도 참여한다. 4일 법무부 징계위가 윤 총장 해임을 결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월성 1호기 수사가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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