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사죄 없는데 집행유예라니…"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회고록 형사재판' 1심 선고 공판의 출석을 위해 탑승했던 검은색 승용차에 광주시민이 계란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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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89) 전 대통령에게 30일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정구속을 촉구해온 오월단체와 광주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고소인이자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재판이 끝난 뒤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씨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역사왜곡 문제에서 반성과 사죄 없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너무 낮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 신부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도 "전씨는 40년 전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유린했고, 지금은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역사 쿠데타로 2차 가해를 했다"며 "다만 이번 재판을 통해 80년 5월 21일과 27일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역사가 인정됐다는데 의미가 있고 사필귀정의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번 판결의 형량이 너무 적어 아쉽다.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전씨에게 너그러운 판결을 내린 법원에도 안타깝다"며 "검찰에서 항소하겠지만 앞으로 엄중한 판결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를 법정구속하라는 국민적 열망을 재판부에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전씨는 이날 유죄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선고 후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나섰다. 전씨는 법정 출석 당시 타고 온 에쿠스 차량 대신 카니발 차량으로 바꿔 타고 떠났다. 전씨가 탄 차량은 출석 당시 진입한 후문을 통해 빠져나갔지만 오월단체 회원들이 도로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자,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가 서울 자택으로 향했다.
법원 정문 밖에선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법정 출석 당시 타고 온 에쿠스 차량을 향해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하는 소동도 일었다. 시민 한 명이 차량 문을 열어 전씨가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전씨 것으로 추정되는 중절모를 발견하고 높이 치켜들기도 했다. 소동은 경찰이 시민들을 해산시키면서 일단락됐다.
법원 주변에서 전씨를 직접 대면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으려 했던 오월단체 회원들은 분노했다. 오월어머니회 소속의 한 회원은 "전씨가 마지막까지 치졸한 모습을 보였다"며 "정말 떳떳하다면 우리 앞에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강호(63) 5·18구속부상자회 광산지회장은 "이번 판결에 아쉬움이 많다. 5·18당시 상황을 봤을 때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며 "전씨는 반드시 오월 영령들 앞에서 사죄하고, 전씨가 구속될 때까지 시민의 힘을 모으겠다"고 성토했다.
광주=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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