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김광일의 입] “문 정부의 개혁은 오늘로 종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산에서부터 검란(檢亂)은 시작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들이 먼저 움직였다. 검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 정지시킨 조치를 두고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했다. 검사들은 지금 법무장관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문 정권을 향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2004년 검찰청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고등검사장, 검사장, 이런 직급이 있었는데,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 이렇게 둘 밖에 없다. 총장, 그리고 검사다. 그런데 이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장관의 총장 직무정지 명령에 반발해서 들고 일어선 것이다.

전국에 있는 검사들이 지역별로 평검사 회의를 소집하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는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근무하는 대검찰청에는 부부장급 연구관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도 검사다. 이들도 입장문을 냈다.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부당하다.”

위법하고, 부당하다. ‘위법하다’는 것은 법을 어겼다는 것인데, 법무장관이 법을 어겼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직권을 남용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평검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부당(不當)하다는 것은 정당(正當)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며, 이것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부당하다는 뜻이다.

오늘도 전국적으로 10곳 이상 되는 곳, 그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외부로 알려진 것처럼 ‘추미애 대 윤석열’의 한판 승부, 두 사람의 싸움, 그런 차원이 아니다. 그런 단계를 이미 넘어서고 말았다. 지금은 대통령과 청와대와 집권 여당까지 포함하는 정권 차원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억압하고 무력화하려는 탄압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평검사들에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배제를 명령한 것은 위법·부당한 조치다.” 일선 검찰청 평검사 회의는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관련 사태 때 서울 서부지검의 평검사 회의 이후 7년 만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수원지검 등 전국 주요 검찰청 수석급 평검사, 연수원 36기들이 먼저 규합해서 회의 소집 논의를 했고, 그 아래 기수 평검사들도 평검사 회의 주재, 소집 이후에 내야 할 성명서 등을 취합하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통령은 아직도 침묵이다. 아무런 말이 없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글만 올리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자신은 뒤로 빠지고 대신 추 장관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은 “자신의 불법 혐의를 덮으려고 검찰 무력화에 나선 문 대통령의 총력전”이라고 규정했다.

이 난장판은 얼핏 추미애·윤석열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바로 그렇게 보이도록 프레임을 짜는 것이 이 정권이 의도하는 그림이다. 다시 말하지만,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요, 행동대장일 뿐이다. 우리는 사태의 본질을 봐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추 장관을 내세워 윤석열 검찰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게 드러나자 문 정권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 일에는 문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로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제 가동 중단되느냐”고 채근한 것이 관계자 증언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형사적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직권 남용의 죄를 저지른 것으로 굳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들짝 놀란 정권이 서둘러 불을 끄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복심 중에 복심이라는 최측근 의원이 검찰을 향해 “선(線)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이 이미 “선(線)”을 넘었기 때문이다.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 그리고 라임 자산운용, 옵티머스 펀드, 등등에도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의 급소를 건드린 것이었다. 그래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해임 조치를 하기 전에 윤석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갖은 압박을 다 가동했었다. 그래도 윤 총장이 끄떡없자,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추 장관이 총장에게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한다”는 마지막 수를 둔 것이다. 추 장관도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지금 민주당은 마치 누군가 지휘자라도 있는 것처럼 모두 윤석열 총장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어떤 정치평론가는 이것을 두고 “조폭의 집단 폭행”이라고 했다. 이낙연 당대표는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가 충격적”이라면서 국정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살아있는 권력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을 향해 윤석열 개인에게 무슨 엄청난 혐의가 있는 것처럼 덮어씌우려고 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처럼 보인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히틀러, 김정은도 법은 따른다. 위법 문제를 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했고, 문재인 캠프 출신인 신평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핑계로 칼을 휘두르며 정권 수사를 막았다”고 했고, 참여연대 출신인 양홍석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은 오늘로 완전 종쳤다”고 했고, 천재인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직업을 잘못 선택했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드는 아침”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광일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