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프랑스 GTT의 '끼워팔기', 韓 조선업계 로얄티만 4조 헌납했다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머니투데이

프랑스 기업 'GT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끼워팔기' 시정명령을 받자 누구보다 속으로 이를 반긴 업계가 있다. 바로 한국 조선업계다. 그동안 프랑스 GTT는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원천기술을 내세워 한국에서 수 조원 규모의 로열티를 떼어갔다. 일부에선 이번 공정위 명령을 계기로 한국 조선업계가 LNG 화물창 '기술독립'을 할 수 있다고 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프랑스 GTT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하고, 일부 조선업체들의 요청으로 불공정 계약을 수정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GTT는 선박용 LNG 화물창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1위 사업자다.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운항하는 LNG 선박은 GTT에 특허 사용 명목으로 로얄티를 내야 할 정도다. 한국 조선업계도 글로벌 LNG선 건조 시장에서 독보적 1위지만, 화물창 기술만큼은 GTT 특허에 의존하고 있다.

GTT는 이 특허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과 기술 라이선스 제공 계약을 맺으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상세 설계도면 작성 등)도 끼워 팔았다. 조선업계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할 때만 별도로 계약하자고 GTT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특허를 앞세워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일괄 구매하려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 제동으로 이 같은 끼워팔기에 제동이 걸린 것과 관련해 업계에선 LNG 선박의 화물창 '기술독립'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창은 LNG선의 핵심 기술이다. 영하 163도로 액화된 LNG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선박이 흔들릴 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스가 급격히 팽창해 폭발할 수 있어 정교한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상세 설계도면 작성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국내 조선사들도 자체 기술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업체들이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수행하면, 앞으로 화물창 기술 축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은 이미 화물창 기술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국형 화물창 'KC-1'을 개발해 2018년 LNG 선박 2척을 건조한 경험까지 있다. 단 이들 선박은 화물창에 설계 결함으로 추정된 결빙 문제가 생겨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내 선사가 발주한 소형 LNG선박들에 KC-1을 적용하기 시작하며 GTT로부터 '기술독립'에 나섰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이미 개발한 기술을 해외시장에도 상용화 하려면 건조단계에서 실전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며 "국내 발주물량을 통해 건조 경험을 쌓고, 여기에 엔지니어링 서비스 경험까지 축적하면 기술독립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창 기술독립은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계가 GTT에 지불해왔던 기술 로열티가 상당하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중론이다.

조선 '빅3'는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1척을 건조할 때마다 제조비용의 5%인 100억원을 GTT에 로열티로 지불해 왔다. 업계에선 지난 15년간 이렇게 GTT에 한국 조선업계가 지불한 로열티만 4조원이 넘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조선 빅3가 올해 카타르와 맺은 100척 이상의 LNG선 계약에서도 GTT는 한국으로부터 로열티로만 1조원 이상 받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직 대형 LNG선 적용 사례가 없어 카타르 물량에 한국 화물창 기술 적용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라며 "하지만 글로벌 LNG선 시장 확대와 맞물려 한국의 화물창 기술독립을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