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대공·대정부전복 등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를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국정원이 가진 일체의 수사권을 폐지하되 ▶수사권 폐지를 3년 유예하는 게 골자다. 국가기밀 사항인 국정원의 조직·소재지·정원 등에 대해선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대상을 특정해 요구할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관명은 기존 여야 합의에 따라 국정원으로 유지했다.
국정원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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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배제한 대공수사권과 관련, 2024년까지 추가 논의를 거쳐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9월 밝힌 계획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아래 신설을 추진 중인 국가수사본부 내 안보수사국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에서 수사권을 제외하는 거지 어디로 가느냐는 법안에 나온 거는 없다”며 “현 상태로는 경찰이겠지만 중립적인 수사기관이 생기면 종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공수사권을 이어받을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출범할 때까지 국정원 직무로 존치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공약한 국가수사본부 역시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이라 사실상 경찰에게 대공수사권을 넘겨주는 셈이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찰이 국내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대공수사권까지 가져오면 결국 5공 경찰이 되는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이 독립된 보안수사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찰권 비대화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대공수사기능 이전(국가경찰의 대공수사 전담)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경찰의 권한·기능 분산이 전제되거나 최소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정책”이라며 “균형을 깨고 권력을 독점한 거대기관의 탄생은 독재의 전조”라고 썼다.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법안소위원장)인 김병기 의원이 24일 오전 정보위 소위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정보위 소위는 국민의힘 위원 2명이 퇴장한 뒤 민주당 위원 4명만 참석한 채 대공수사권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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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공백 우려는 여전하다. 김병기 의원은 “수사권 이관에 따른 시행착오나 안보 공백이 없는지 살펴보는 데 3년(유예기간)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국회 정보위 검토보고서에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간첩 활동에 상시 노출된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에선 전문성을 가진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사실상 국정원을 무력화하려는 수순”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대공수사를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공수사는 6개월, 1년 해서 기소가 되는 경우가 없다. 2~3년간 휴민트를 총동원하는 등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런 식으로 대공 수사권을 이관하면 대공수사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은 “간첩 수사는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기 실적이 없더라도 수년에 걸쳐 꾸준히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전문성이 필수라는 얘기다. 그걸 경찰이 별안간 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북 첩보 수집이나 대공 수사를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처럼 통합형 정보기관을 둔 중국·캐나다 등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보기관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 전에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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