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 연구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사진)가 한국에 대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정치권에서 제3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다시 전 국민 지원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반론'이 제기된 셈이다.
24일 기획재정부가 주최해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콘퍼런스에서 영상으로 참가한 뒤플로 교수는 '현금성 지원은 보편적이어야 하나, 선별적이어야 하나'라는 질의에 "한국과 같이 경제 규모가 크고 많이 발전한 나라들은 조건부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어떤 사람을 언제 지원할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뒤플로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도 "보편적 기본소득의 단점은 수혜 대상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국가는 조건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재차 밝혔다.
지난해 남편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뒤플로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그는 국가 경제에는 저소득층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로, 재난지원금 역시 전 국민이 아닌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뒤플로 교수는 "저소득층 가정이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의 지원이어야 한다"며 선별적 지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을 분석하며 한국판 뉴딜정책을 예로 들면서 뉴딜정책을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영향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되며 복지가 개선됐는지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린뉴딜·디지털뉴딜·사회적 안전망 등 한국판 뉴딜이 이 같은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회복지 시스템이 인간 존엄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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