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9가지 처리방안 충북도에 요구
"전신·상반신 몸 15도 기울이자" 방안도
동상 쇠톱으로 자른 50대 “석방하라”
19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 동상 목 부위가 파손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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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관련 단체가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쓰러뜨리거나 무릎을 꿇는 사죄상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충북도 측에 요청했다.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4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전 대통령의 동상에 대한 9가지 변경안을 제시했다. 앞서 이 동상은 지난 19일 한 50대가 쇠톱을 이용해 목 부분을 훼손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국민행동 측이 제시한 첫 번째 안은 전두환 동상을 들어내고 그의 죄목을 적은 표지석을 새로 만드는 방법이다. 두 번째 안은 동상을 쓰러뜨려 바닥에 눕히고 그의 죄명을 표지석에 적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동상을 존치하되 그 옆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전두환 동상의 흉상과 전신을 15도 정도 기울여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지성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현재 설치된 동상의 몸을 기울이는 것은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여 사죄하는 의미로 변경안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이날 9가지 처리방안을 충북도에 전달하고 이달 말까지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안을 거부할 경우 청남대 관람 거부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행동 측은 “역사 정의를 위해 학살 반란의 주범 전두환의 동상을 제거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죄지은 대통령들의 동상을 더 이상 민주화로 돌려받은 청남대에 두지말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 5월 전·노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로 발표했으나, 찬반 여론이 팽팽하자 동상을 존치하되 그 옆에 역사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 24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종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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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은 또 지난 21일 청남대 내 전두환 동상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A씨(50)의 석방도 요구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20분쯤 충북 청주시 문의면 소재 청남대 안에서 전두환 동상의 목 부위를 쇠톱으로 자르려다 현장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국민행동 관계자는 “학살 반란 독재자의 동상을 제거하려는 일은 역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행동”이라며 “거사에 대해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남대 관리사무소는 지난 22일 목 부위가 훼손된 전두환 동상을 임시 보수했다. 또 전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진 청남대 내 ‘전두환 대통령길’을 일시 폐쇄해 관람객 접근도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충북도는 동상을 그대로 두는 대신 전 전 대통령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5·18 단체가 요구한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청남대는 전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3년 건설돼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관리권을 넘겨받은 충북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이명박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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