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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오리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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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리 세 마리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산골 저수지에 오리 세 마리

저렇게 오리가 세 마리면 짝이 안 맞아 싸우지 않을까?

아니야, 아닐 거야 저 가운데 한 마리는 애기 오리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세 마리가 더욱 정다울 거야.

ㅡ나태주(1945~ )

저수지에 한가로이 동동 떠다니는 오리 세 마리. 짝이 안 맞아 혹시 싸우지나 않을까? 아, 괜찮겠네. 한 마리는 애기 오리니까! 엄마 아빠 싸움을 애기 오리가 말릴 테니. 애기 오리는 분쟁 조정자. 엄마 아빠 사이의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해, 오리들은 정다울 게다. 그걸 미처 몰랐네. 괜한 걱정을 했다. 두 마리 오리 사이를 애기 오리로 다리를 놓아 시적으로 따듯한 가정을 꾸려 주었다.

정겨운 오리들 덕분에 산골 저수지도 평온하고 아늑하다. 한 폭의 산뜻한 풍경화다. 오리를 좋아하는 저수지, 저수지를 좋아하는 오리가 그린 그림이다. 오리는 해마다 저수지를 찾아와 이런 즐거운 그림을 그려 걸어준다. 올해도 이미 오리들이 저수지를 찾아와 피곤한 날개를 쉬고 있다. 오리들아, 올겨울에도 탈 없이 잘 놀다 가렴.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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