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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은행권 막으니 보험사 주택대출 증가… 8월까지 9.3%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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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결혼 후 서울 성동구에 집을 산 직장인 박 모(31)씨는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보험사 대출로 갈아탔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환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보험사 쪽에서 때마침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생명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47조2653억원으로 올해 초(43조2628억원)와 비교해 9.3% 늘었다.

조선비즈

지난 4일 오후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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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시중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보사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6월 은행권과 비슷한 수준인 2.41~3.08%까지 떨어졌다. 11월 현재 생보협회 대출 공시에 따르면 각 사가 공시한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삼성생명 2.43~5.01% ▲한화생명 2.70~3.80% ▲교보생명 2.60~3.72% ▲흥국생명 2.95% ▲푸본현대생명 3.08~5.38% 등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우리은행이 2.59~3.89%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고, 보험사는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한다.

보험사 대출 규제가 은행권보다 느슨한 것도 보험사 주담대 증가에 영향을 줬다.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시중은행의 경우 40%지만, 보험사의 경우 최대 60%까지 가능하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전체 가계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2000만원을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갚는데 쓴다면 DSR이 40%로 계산된다.

은행·보험사의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는 같기 때문에 주담대만 받을 땐 한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많은 편이라면, 보험사에서 주담대를 신청할 때 더 넉넉한 한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보험사 주담대 규제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강화된다. 보험사 DSR은 내년 50%, 2022년 40%로 떨어져 시중은행과 같아진다.

보험사 주담대는 대출 조건이나 금리 할인 조건 등이 시중은행에 비해 간편한 편이다. 은행에서 주담대를 최저 금리로 이용하려면 신용등급이 높아야 하고 예·적금 가입, 카드 실적, 자동이체 등록 등 다양한 조건을 채워야 하지만, 보험사는 이런 조건들이 별로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서 요즘엔 은행권 대출에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이나 담보가치가 높을 경우 보험사가 은행보다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평균 대출금리는 은행이 낫다"며 "보험사가 무조건 좋다고 보기보다는 본인의 상황과 우대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빈 기자(seetheunse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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