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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북한 연평도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10주기…“北때문에 국민 죽는 현실…10년 전과 달라진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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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10년 전 기억 생생”

故 문 일병 아버지 “그날로 시간 멈췄다”

주민들 “11월만 되면 고통스러워…공무원 피격, 바뀐거 없어”

헤럴드경제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사망한 고(故) 문광욱 일병과 그의 아버지 문영조(57) 씨. 사진은 문 일병의 사망 한 달 전께인 2010년 10월 15일, 첫 면회에서 문 일병과 함께 사진을 찍은 문씨의 모습. 2010년 8월 16일 입대한 문 일병은 입대 100일째가 되는 11월 23일 사망했다. [사진=문영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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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신주희 기자] “10년이 지나도 기억이 다 나죠. 잊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죠.”

북한이 인천 연평도와 주변 해상을 포격 도발한 지 10년이 되는 23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응한 연평도 주민들과 전사군인의 유족들은 10년 전 그날을 생생히 떠올렸다. 10년이 지났지만 공무원 피격 등 남북의 긴장은 여전하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해병대원 고(故)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57) 씨는 “우리 가족의 시간은 2010년 11월 23일로 멈춰 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문씨는 “(문 일병이) 2010년 8월 16일에 입대해 (훈련소) 후반 교육을 한 달 받고 11월 1일에 연평도에 들어갔다”며 “연평도 들어간 지 23일 만에 그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근무 중이었는데 직원들에게 연평도에 난리가 났다고 (문자) 메시지가 계속 왔었다”며 “집으로 발길을 돌려 TV를 가족들과 함께 보는데 오후 3시께 아들이 전사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곧 TV에도 전사자 명단에 아들 사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집 전체가 불탄 연평도 주민 이모(64)씨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씨는 “귀가 아플 정도로 쾅쾅 소리가 나고 폭탄이 막 쏟아지길래 부대에서 사격을 하는 줄 알았다”며 “훈련 중 오발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상황이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배(인천으로 나가는 여객선)도 없는 상황이라 놀란 주민들이 어선을 타고 인천으로 피난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폭탄이 건물을 부수고 들어가 박혀 있기도 했다”며 “이후 집에 들어가려고 보니 집이 폭탄을 맞아 불이 붙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평도 주민 신모(54)씨도 “포격이 있었던 그 날 저는 인천에 나와 있고, 아내와 아이만 섬(연평도)에 남아 있었는데, ‘연평도에 포격이 있었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연평도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신씨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 이후 불안에 휩싸인 일부 주민들은 어선을 마련하는 등 섬에서 바로 빠져나올 수 있는 조치를 자체적으로 취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은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도 토로했다.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남북 간의 긴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고 2018년에는 종전선언을 하고 해상에서 완충 지역을 만든다고 했지만 결국 달라진 게 없다”며 “특히 서해 소연평도 바다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격당했던 일은 석연치 않았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 공무원 피격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한편으로는 무뎌졌지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씨 역시 “11월만 되면 주민들이 뒤숭숭해 한다”며 “모두들 간신히 잊고 살다가 이 시기가 되면 각종 행사도 있어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재조명되는데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10년이 지나고 매번 같은 시기에 기억을 떠올려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한탄했다.

문씨도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건 없고 마음속에 아픈 상처는 계속 가지고 살고 있다”며 “지금도 열여덟 살(사망 당시) 아들 모습이 생각이 나고, 2010년 10월 15일 첫 면회 때의 숨소리, 체온 그런 것들이 그대로 느껴질 때 괴롭고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날 예정된 연평도 포격 10주기 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오늘 연평도에 들어가면 세 번째 들어가는 건데, 들어가는 것조차도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문씨는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곳에 가서 아무런 신변 이상 없이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게 저희의 큰 바람”이라며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치하시는 분들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당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60명의 부상자와 12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이날 오전 11시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 10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전사자인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 일병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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