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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월 100만원에 빌려쓰는 국산 자율주행 방역로봇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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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건 KIST 지능로봇연구단 박사팀 연구성과
AI·라이다 기반 자율주행·자동인식 ‘에이드봇’
"5개월만 시연 성공… 내년 4월 기술이전 추진"
"공공기관·병원·학교에 값싸게 공급하겠다"

조선비즈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1층 로비에서 시연된 자율주행 방역로봇 ‘에이드봇’(왼쪽)과 이의 개발을 주도한 김강건 박사(오른쪽).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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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목표물을 스스로 찾고 움직이고 살균하는 국산 자율주행 방역로봇이 개발됐다. 연구팀은 내년 상반기 민간에 기술이전해 상용화를 추진, 공공기관·병원·학교 등을 대상으로 월 100만원의 대여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강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박사는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열린 ‘KIST-한국과학기자협회 연구성과 세미나’에서 ‘에이드봇(AIDBOT)’의 시연용 버전을 공개했다.

김 박사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계에서 제조·물류 현장에서 쓰이던 로봇을 개조한 방역로봇이 등장하고 있지만 준비기간이 짧아서 기능이 제한적"이라며 "이것들과 달리 에이드봇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율주행, 목표 자동인식, 돌발상황 대처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자동인식 기능을 탑재한 AI 방역로봇이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낮은 가격에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김 박사 연구팀의 목표 공급가격은 판매 2500만원, 대여 월 100만원이다. 김 박사는 KIST 내 식당에 도입된 자율주행 서빙로봇과 비교해 "이 서빙로봇도 한달 대여료가 120만원"이라며 "인건비 대체 효과와 지속적인 활용성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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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봇의 카메라 시점. AI를 통해 물체의 종류를 구분하고 사람의 접촉이 잦은 물체는 더 집중적으로 소독한다./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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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시연용 에이드봇은 사람 크기의 원통형 몸체를 가졌다. 머리에 달린 눈(카메라)은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벽과 장애물을 감지해 충돌없이 움직이도록 한다. 문 손잡이와 같이 사람의 손 접촉이 특히 더 잦은 물체들은 AI가 따로 구분해 소독 시간과 양을 늘리라고 명령한다.

몸통 부분에는 자외선(UV)을 낼 수 있는 광원이 달려있다. 로봇이 목표물을 찾아가면 30~50센티미터 거리까지 접근해 자외선을 내뿜는다. 머리 부분에서는 소독약이 분사된다. 로봇 몸체에 약품이 묻지 않도록 뒷걸음치며 뒤로 소독약을 내뿜도록 설계됐다.

인체 노출 시 해로울 수 있는 자외선은 사람이 없는 밤에만 켜진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낮에는 소독약 분사 방식으로 상시방역한다. 또 관리자와의 통신이 끊기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외선도 저절로 꺼지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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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봇이 파악한 실내공간의 지형지물이 관리자의 컴퓨터에 지도 형태로 전송된다./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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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KIST 국제협력관 1층 로비에서 시연한 결과, 에이드봇은 고개를 360도로 돌리며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한 후 벽을 따라 움직이며 자외선과 소독약을 내뿜었다. 소음은 거의 없었다. 에이드봇이 파악한 주변 지형지물 데이터는 탑뷰(위에서 바라보는 시점) 형태의 지도로 관리자의 컴퓨터로 전송됐다. 이번 시연에서는 안전을 위해 자외선 대신 가시광선이 사용됐다.

김 박사는 "30분이면 일반적인 방 하나 크기의 실내 공간을 소독할 수 있다"며 "사람보다는 작업 속도가 느리지만 위험한 방역현장에 대신 투입할 수 있고, 노동력과 인건비를 대체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5월부터 5개월만에 시연 로봇까지 만드는 데 성공, 빠른 연구진척을 보였다고 평가받는다. 연구팀이 이전부터 보행 로봇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바퀴로 움직이는 에이드봇을 개발하는 일이 더 수월했다는 게 KIST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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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봇이 벽에 접근해 살균작업을 하는 모습. 안전을 위해 시연에서는 자외선이 아닌 가시광선이 사용됐다./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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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에이드봇 시연용 버전의 순수 재료비는 5000만원 수준이다. 내년 4월까지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해 대량생산 공정을 개발해 공급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김 박사는 "현재 기술이전할 업체와 접촉 중"이라며 "상용화 시점은 기술이전 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찬수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의 코로나19 확산도 예측 모델과 이택진 센서시스템연구센터 박사의 ‘위치정보 기반 신속 역학조사 기술’도 소개됐다. 윤석진 KIST 원장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아니지만 KIST도 과학기술을 통해 최대한의 대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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