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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전두환 연희동 집, 본채는 아내 것…별채만 압류하라"는 법원이 검찰에 남긴 지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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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별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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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연희동 자택’은 2205억원의 추징금 환수에 쓰일 수 있을까.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0일 “자택 본채와 정원을 압류한 것은 취소하되 별채는 압류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전 전 대통령의 아내인 이순자씨와 며느리 이윤혜씨, 이택수 전 비서관이 자택 압류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한 답이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에 덧붙여 검찰이 연희동 자택을 전 전 대통령 재산으로 추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전 재산 29만원 전 전 대통령…2013년 연희동 자택 압류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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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한 모습. 두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 등을 주동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반란수괴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았다. 이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무기징역의 형은 집행이 면제됐지만, 추징금은 그대로 남았다. 2205억원을 국가에 내야만 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기초해 2013년 전 전 대통령과 가족이 사는 연희동 자택에 대해 압류 처분을 한다. 이후 검찰이 이를 공매로 넘기려 하자 2018년엔 아내 이씨와 비서관 이씨가, 2019년에는 며느리 이씨가 이 집행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정원, 별채가 모두 소유자가 다르다. 본채는 땅과 건물이 모두 부인 이씨 명의다. 정원은 땅만 있는데 비서관 이씨의 소유다. 별채의 땅과 건물은 며느리 이씨 것이다. 이들은 “연희동 자택은 전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며 추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본채ㆍ정원→압류 취소, 별채→압류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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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인 이순자씨와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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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라 전 전 대통령 가족 명의의 연희동 자택을 압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사건으로 따지면 ①연희동 자택이 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받은 뇌물로 만든 불법 수익이거나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해당해야 하고 ②아내ㆍ비서관ㆍ며느리가 각각 이 자택이 불법 재산 정황임을 알면서 이를 취득했어야 한다.

연희동 자택의 본채는 토지와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땅은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1969년 아내 명의로 바뀌었다. 즉 재임 때 뇌물로 생긴 재산도 아니고,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아니어서 몰수 대상이 안 된다.

본채 건물은 원래 있던 집을 철거하고 신축해 1987년 명의가 아내로 바뀌었다. 이때는 시기상 전 전 대통령의 취임 후이지만 공사 비용 등이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이로써 본채는 현재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이 됐다.

자택의 정원 역시 전 전 대통령 취임 전인 1980년 6월 전 전 대통령이 샀고, 이후 아들에게 넘어갔다가 1999년 비서관 명의가 됐다. 재임 기간 중 취득한 불법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반면 별채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별채는 전 전 대통령이 갖고 있다가 2003년 압류ㆍ매각 절차 때 처남인 이창석씨가 낙찰받았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 때 받은 뇌물을 처남 이씨가 비자금으로 관리해오다 이때 낙찰 대금으로 썼다고 판단했다. 즉 별채는 불법 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므로 조건①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어 법원은 2013년 이 별채를 산 며느리 이씨가 별채가 불법 재산인 정황을 알면서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던 당시 이씨는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았는데 매수 자금 마련이나 매매계약 체결이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졌다. 이전 계약 이후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아버지의 재산을 밝히면서 이 별채도 포함한 점도 근거가 됐다. 법원은 별채에 대한 압류는 유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차명 재산, 곧바로 추징 안 돼” 판사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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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압류와 관련한 이의 사건 결정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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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불법 유래 재산이라 볼 수 없다”고 결론 난 본채와 정원은 추징금 환수에 쓰일 수 없는 걸까. 이례적으로 결정을 고지하는 기일을 따로 잡은 정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지적사항이 있다”며 몇 가지 사항을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는 국가를 대표해 피고인의 재산에 대해 추징 판결을 철저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그간 “공무원 몰수법 대상이 아니더라도 전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일 뿐이니 바로 부동산 압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 부장판사는 “차명재산이라 하더라도 제3자가 소유자인 경우 피고인에 대한 추징 판결로 곧바로 압류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측에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추징금 채권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연희동 자택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고 이 자택이 차명재산임을 증명하는 소송을 따로 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 전 대통령 앞으로 자택 명의를 돌려놓은 다음에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본채와 정원 부분은 적극 항고를 제기하고, 추징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측을 대리한 정주교 변호사는 “추징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깊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연한 법치국가의 원리를 법원이 선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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