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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17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30일부터지만 이미 대출 받기가 어렵다"는 대출상담사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 은행으로 달려갔다. A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가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로, 잔금을 치르는 데 부족한 돈은 신용대출을 받아 지급할 계획이었다. 주거래 은행뿐만 아니라 인근 여러 은행 지점들을 돌았지만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한도(연소득의 150%)만큼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곳은 없었다. 지점 직원들은 "DSR 규제에 앞서 신용대출이 급증해 과거 한도만큼 대출해주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씨는 "자금 계획을 미리 세워뒀는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대출이 막혀 당황스럽다"며 "친구, 가족들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을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계약금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울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를 막겠다며 DSR 규제를 부랴부랴 발표하면서 A씨와 같은 실수요자까지 대출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3일 DSR 규제 발표 이후 '규제(오는 30일) 전 대출 수요 급증→은행별 대출 조이기→추가 대출 불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6일 기준 130조506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월 말(128조8431억원)보다 1조6634억원 증가한 수치다. 규제 발표 전인 지난달 같은 기간(10월 1~16일) 증가분 1조3914억원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말 120조원이었던 신용대출 잔액은 3개월여 만에 이달 130조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최근 신용대출 급증은 DSR 규제 발표로 인한 '풍선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달 30일부터 고소득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차주별로 DSR를 40% 이하로 막는 새로운 대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하자 미리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인터넷은행이나 시중은행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 13~16일 나흘간 5대 은행이 받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이었다. 일주일 전 같은 기간(6~9일·1만4600건)보다 6000건가량 늘어났다.
14~15일에는 주말임에도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한 시중은행은 719건, 금액으로는 304억원의 신용대출이 단 이틀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 주말 약 70억원(348건)에 비해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서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은행 지점으로는 규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은행 지점장은 "대출 규제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왜 대출이 나오지 않느냐는 항의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를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이 2조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5대 시중은행 기준만으로 보름 새 1조6000억원이 넘어 신용대출이 다시 월간 3조원대로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여 사실상 신용대출을 막아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작년까지는 연봉의 2~3배까지 신용대출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150%, 하반기 들어서는 연봉을 넘는 추가 대출이 어려워졌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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