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를 잊은 그대에게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심장병 환자이자 외과 의사이며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저자가 삶에 대한 열정을 담은 고백록.
세 살 때 첫 심장병 수술을 받은 저자는 세 번째 수술을 위해 입원했던 십대 후반,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환자로서의 삶'이 아닌 '환자를 바라보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10년 뒤 치열한 노력 끝에 환자복이 아닌 하얀 가운을 입은 예비 의사로 그 병원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고서는 전문의가 되는 길 대신 약리학 전공 대학원생, 의학 상담 스타트업 창업 등의 길을 걸었다.
결국 의사의 본질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자'라는 깨달음을 얻고 늦깎이 인턴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외과 전문의가 됐지만,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없었던 마음의 짐 때문에 공직자의 길을 택했다고 고백한다.
책은 직업인으로서의 자격과 책임,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솔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 사회 환원에 대한 고민과 성찰까지 담았다.
위즈덤하우스. 224쪽. 1만3천800원.
▲ 성냥팔이 소녀를 잊은 그대에게 = 최충언 지음.
가난을 편애하는 외과 의사가 만난 홈리스, 도시 빈민, 의료 소외 계층,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가난은 온 곳에 존재하지만, 보아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 성냥팔이 소녀에게 성냥 한 갑도 사주지 않는 사람들은 동화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 받으러, 소독하러 다시 병원으로 오라 해도 오지 못하는 그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삶의 모토로 살아가는 저자는 일이 바빠서 잊고 있었던 사랑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책읽는고양이. 176쪽. 1만2천900원.
▲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 안주연 지음.
창비가 선보인 '상황에 맞는 마음 돌보는 법'을 소개하는 심리학 시리즈 '내 마음 돌보기' 가운데 한 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 경험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번아웃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과도한 업무와 치열한 경쟁, 주변의 평가와 잣대에 짓눌려 모든 일에 심각한 무기력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
번아웃이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이런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설명한다.
특히 '겨우 이런 일로 힘들어해도 될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피로의 자격이나 기준은 없음을 강조하며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소개한다.
창비. 140쪽. 1만2천원.
▲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 고선규 지음.
'내 마음 돌보기' 시리즈의 한 권.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출신인 자살 문제 전문가가 자살 사별자가 고인을 온전히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 건너야 할 여정,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대할 때 취해야 하는 태도를 차분히 소개한다.
자살은 종종 사고사나 돌연사로 둔갑한다. 사별자들은 대부분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이는 사회가 자살자와 사별자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과 태도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쉽게 단정하고, 이를 막지 못한 주변인을 질책한다. 그러나 자살은 완전히 예측하기도, 막아내기도 어려운 죽음으로 이런 비난은 사별자들의 말 못 할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애도상담을 진행하며 만난 수많은 사별자가 통과한 치유의 길을 또 다른 사별자에게 전달한다.
창비 108쪽. 1만2천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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