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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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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윤희숙·김종철···'86'과는 느낌 다른 70년대생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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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장이 16일 오후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1인극 형식을 빌어 디지털 뉴딜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재선인 강 의원은 1971년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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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길이 밀리면 왜 밀리는지 모르고 가다서다를 반복했어. 이젠 자율주행차로 교통정보를 모두 전송해 주니까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지.”

1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건 1971년생 강병원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강병원 씨의 하루’라는 1인극 형식 발표를 통해 “디지털 뉴딜이 대한민국 대전환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1960년생인 홍 부총리 다음엔 1965년생 이광재 의원이 연단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리허설에서 강 의원이 먼저 올라가는 것으로 식순이 변경됐다고 한다. 행사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확실히 70년대생 의원들은 발표 형식도 예전과 다르다”며 “K뉴딜 정책이 최대 현안이 되면서 70년대생 의원들의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70년대생, 정책·실무 전면에



최근 정치권에서 70년대생 정치인들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1970년대생 국회의원은 모두 43명이다. 이른바 ‘86세대’라 불리는 60년대생(174명)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70년대 생들은 최근 각 당의 정책·실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으로 상징되는 86세대의 조직력은 없지만, 각자 다른 경험과 유연성, 새로움이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강병원 의원 외에 허영 대변인(1970년생), 전재수 원내선임부대표, 천준호 미래주거추진단 부단장(이상 1971년생), 박상혁 원내부대표, 강훈식 K뉴딜위 균형발전뉴딜분과장(이상 1973년생), 김용민 원내부대표(1976년생), 강선우 대변인(1978년생)도 당직자로 활동 중이다. 정책·실무 역할에 70년대생 비중이 부쩍 커진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1970년생 윤희숙 의원이 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인 윤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단숨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1972년생 허은아 의원 역시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진행되는 이미지 쇄신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체급 상향’도 거리낌 없어



70년대생 의원들은 거물급 정치인들과 정면으로 맞붙으며 자신의 체급을 키우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1973년생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8·29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후보로 출마해 17.9%(3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58년생인 2위 김부겸 전 의원(21.4%)과 3.5% 포인트차 접전을 기록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 의원은 향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960년생), 우상호 의원(1962년생) 등 86세대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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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박 후보는 17.9%의 총득표율로 이낙연, 김부겸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박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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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생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 11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과 관련된 질문에 “깊게 고민하고 있다. 넓게 이야기를 듣고 해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기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86세대 중진 의원은 “결국 특정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려면, 자신들이 의제와 리더를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며 “이런 도전은 정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은 “86세대에는 자주와 평등이 있었지만, 아직 70년대생들이 대표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경계도 넘나들어



70년대생들의 ‘체급 향상’ 시도는 생존 투쟁의 측면도 있다. 민주당의 한 70년대생 의원은 “장철민·장혜영·이소영 등 80년대생과 전용기·류호정 같은 90년대생 의원들이 통통 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자칫하다간 86세대 이후 내 차례가 없겠다는 위기감도 든다”고 토로했다. 소속 정당이 침체의 늪에 빠진 야당에선 이런 위기감이 과거 관행을 타파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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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왼쪽)는 지난달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15분 동안 정책 간담회를 방불케하는 진지한 대화로 화제를 모았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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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1970년생)는 취임 직후 과거 진보정당과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공무원노조가 반대하는 연금 통합을 주장하고, 고소득층만이 아닌 저소득층까지의 ‘보편 증세’를 얘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진보·개혁 진영의 금기를 깨는 정책을 정의당이 해야, 그나마 국민들이 우리를 ‘뭔가 유의미한 얘기를 하네’라고 쳐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1970년생)은 보수가 외면했던 노동 의제를 집어 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당 정치문화 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 토론회를 열었고,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한국노총 농성장을 찾기도 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에서 “보수주의자는 소외 차별 불평등에 가장 먼저 나서 싸워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더 친(親)노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만 70년대생의 도전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 정치인 한두명이 전면에 나서는 것만으로는 정치권의 기득권 구조가 바뀔 수 없다”며 “각 당의 굳어진 인재 영입의 풀을 넓히는 단계까지 가야 실질적인 세대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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