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주의자들이 촉발한 죽음의 위협 상기시키며 베스트셀러 됐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어판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에 선정됐다. [사진 타임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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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2016년 소설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1982)』 영어판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THE 100 MUST-READ BOOKS OF 2020)’에 선정됐다.
11일(현지시간) 타임은 100권 명단을 발표하며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이 소설의 서사는 한국사회의 실제 양성평등 현실에 관한 각주로 완성된다”면서 “조남주가 쓰고 제이미 챙(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이 번역한 이 짧은 소설은 많은 젊은 여성들이 암묵적으로 강요받아온 역할을 돌아보게 하고, 분노한 여성혐오주의자들이 촉발한 죽음의 위협을 상기시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선정평을 밝혔다. 또 “이러한 분노는 평생에 걸친 성차별 끝에 지영을 무너뜨린 행위여서 더욱 가슴 아프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나 작으면서도 크고, 슬프게도 너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선 선정 기사. [사진 타임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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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이 소설은 2016년 국내 출간돼 페미니즘 필독서로 꼽힌 데 더해 대만‧일본‧중국 등 해외에도 소개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엔 정유미‧공유가 주연한 동명 영화가 개봉해 360만 관객을 모았다.
미국에선 올 4월 출간돼 “주인공인 ‘김지영’은 너무나 평범하다. 그게 핵심이다”(뉴욕타임스) 등 현지 평단에 공감을 얻으며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후보에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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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한국 여성 작가들 떠오른다"
이번 선정은 최근 해외에서 한국 여성 문학이 새롭게 조명되는 추세 속에 더욱 주목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4월 ‘타오르는 분노를 감추는 냉정:한국 여성 작가들이 떠오른다’는 기획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특히 미국 출판계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미국 최고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올 6월 영어판이 미국에 출간된 하성란 작가의 2002년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를 올해의 책 톱 10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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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그래픽노블도 잇따라 美 수상
김이듬 시인이 지난 4일 자신의 시집 『히스테리아』를 펼쳐 보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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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뿐 아니다. 한국에서 2007년 발표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9년 뒤 맨부커상을 차지하며 재조명된 것처럼 수년 전 발간된 작품이 세계적인 여성주의 물결 속에 뒤늦게 해외 무대에서 발굴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달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주관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 번역상 등 2관왕에 오른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도 국내에선 2014년 첫 발간된 바다. 한국 작품이 전미번역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 시집은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며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을 담아 2017년 펴낸 그래픽노블 『풀』은 영문판이 지난달 미국만화산업대표상인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에서 수상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한국 여성 문학의 국제적 위상과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한강 효과”로도 짚었다. 하성란 작가도 최근 한국 여성 문학이 해외에서 활발히 조명되는 추세에 대해 “굉장히 놀랍고 바라던 바”라면서 “‘미투’가 처음 일어난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젊은 여성 작가들이 등장했다. 어떤 트렌드가 아니라 진즉에 적극적으로 이야기됐어야 할 부분이 아니었나, 한다.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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