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이어 2020년에서도 여론조사 관측 실패
어긋난 여론조사…선거 판도마저 바꿀 수 있어
낮아지는 응답률, 거짓말 하는 유권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론조사는 여론을 확인 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 대부분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무난하게 대선에 승리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를 예고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우세로 여겨졌던 펜실베이니아주나 위스콘신주, 미시간주에서 박빙의 선거를 치러졌다. 바이든 후보가 약간 우세 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각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플로리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의회 쪽 여론조사는 더 심각했다. 지난 선거에서 하원 과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석은 오히려 줄었다. 상원 역시 여론조사 상으로는 민주당 후보다 단 한 번도 뒤지지 않았던 곳에서 공화당 후보에 패배하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민주당이 상원 과반의석을 차지하기는 점점 어렵게 됐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를 예상한 바이든 후보가 이겨 2016년 대선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대선 승리자를 잘못 예측해 망신을 당하는 상황은 피했지만,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새로운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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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대선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왜 여론조사가 가지는 중요성과 왜 대선 때마다 여론조사 예측이 실패했는지를 살펴봤다.
올해 여론조사와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실패를 자인했다. 민주당 선거운동을 자문한 데이터 전문가 데이비드 쇼어는 "여론조사로만 보면 올해도 나쁜 해였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의 더글러스 리버 수석연구가 역시 "우리는 명백하게 이번에 눈이 멍든 상태"라고 말했다.
간접선거제를 채택하는 미국 선거의 경우에는 여론조사가 특히 중요하다. 한 표라도 더 많은 쪽이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을 통해 선거인단 대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 전략을 짤 때, 우세가 확인된 지역에 대한 후보나 캠프가 인력과 자금, 시간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는 경합지 판세 분석의 정확성이 선거 판도를 가리는 요인이 된다.
가령 2016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이 때문에 클린턴 캠프는 당연히 이들 지역에 시간과 자금 집중을 소홀히 했다, 이 곳에서 패배해 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선거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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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여론조사에서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 후보에 큰 폭의 지지율로 뒤지는 것을 확인하자 이 지역 유세 일정을 축소하고, 광고 투입도 줄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이 지역은 초박빙 지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의 전략적 판단 착오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여론조사 왜 유독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여론조사에 응답률이 낮아졌다고 봤다. 1980년도만 해도 여론조사를 하면 절반 정도의 응답자의 경우 응답했지만, 이제는 6%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처럼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이들 가운데서도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불신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상당수가 공화당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거짓말을 하는 일들도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임을 밝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여론조사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올해 선거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 투표장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등을 우려해 우편투표 등을 하면서 여론조사와 투표 사이의 연결고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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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거 막판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경우 여론조사가 잡아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과정이 어땠든 선거 막판에 벌어진 어떤 사건 등이 여론 판도에 미친 영향은 최종적으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투표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구 구조 등을 통한 모집 방법으로는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의 경우 백인 남성의 경우 대졸자와 비대졸자 사이의 여론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인구 구성에 맞춰 백인 남성에 할당된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됐다. 하지만 2016년 대선을 기점으로 이들 사이의 여론이 나뉘었다. 그동안의 인구 분석적 접근법에서는 이들의 여론 상의 간극을 확인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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