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결혼생활·장벽의 문명사
끝이 없는 위계 속에서 불안을 방어하고,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다 풍요중독자가 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사회비평서. 책은 우리가 각종 불화와 혐오심리에 시달리는 병리적 풍요-불화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하고, 여기에서 벗어나 물질과 정신건강이 대등하게 보장된 풍요-화목사회 시민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한국이 '풍요의 역설'을 비켜 가지 못한 이유, 갑질 심리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이유, 거주지 분리 시대에 살아가는 한국인의 심리 등을 다룬다. 아울러 '코로나19'와 분열 사회의 두 가지 얼굴은 무엇인지, 오늘날 분노형 범죄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이며 일할 맛이 실종되고 활력 상실 사회가 된 배경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절벽 아래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거나 절벽 중간에 안전망을 설치하거나, 절벽 끝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데에만 주력해왔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절벽으로 몰려가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한겨레출판. 288쪽. 1만6천원.
▲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 = 샌드라 립시츠 벰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결혼생활의 공식을 바꾼 젠더 연구 선구자인 저자의 자전적 실천기. 저자는 1960년대 여성성과 남성성의 새로운 척도를 제시한 '벰 성역할 검사'를 개발한 페미니즘 학자다. 저자 부부는 개인적으로 실천한 평등주의 결혼생활을 공동강연을 통해 공적인 페미니즘 주제로 확장하며 여성의 '역량 증진'을 강조한다.
이들의 실험은 양육에서도 이어진다. 밥 먹이고 옷 갈아입히는 등 양육에 관한 일을 동등하게 나누고 부모 당번제를 통해 당번인 사람이 그날은 아이에 관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해 엄마 아빠의 역할 구분을 없앤다.
저자는 자녀에게 강요된 관습을 거부하고 고유한 자신답게 살 수 있는 힘을 심어준다. 편하고 예쁘기 때문에 종종 치마를 입는다는 아들과 털이 난 여성을 부끄러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싫어 제모하지 않는다는 딸. 책의 마지막 장에는 성인이 된 두 자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전달하고, 자신의 양육 방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김영사. 332쪽. 1만5천800원.
▲ 장벽의 문명사 = 데이비드 프라이 지음. 김지혜 옮김.
이스턴코네티컷 주립대 역사학 교수이자 장벽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가 '벽'이라는 주제를 통해 수천 년간의 인류 문명사 전체를 조망한 책. 4천여 년 전 시리아에 세워진 장벽에서 출발해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중국, 로마, 몽골, 아프가니스탄, 중앙아메리카를 거쳐 오늘날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다룬다. 저자는 벽의 양면성, 즉 안전을 보장하는 폐쇄성과 교류를 촉진하는 개방성을 모두 강조한다. 또한 전염병과 마약, 불법 이민자 같은 최근의 불안 요소들이 어떻게 21세기에 벽의 부활을 불러왔는지 주목한다.
민음사. 408쪽. 2만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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