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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김영화의 정치행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김종인·안철수 기 싸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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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 나올까

편집자주

‘김영화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정부와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정치입니다. 그 이면의 합의와 조정 과정을 따라가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한국일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16년 4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엇갈린 표정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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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새로 뽑는 내년 4월 재보선 분위기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내후년 3월 대선의 전초전이다. 또 서울ㆍ부산 인구만 해도 1,300만명에 달해 선거 규모가 가히 ‘미니 대선’급이다. 특히 수도권 민심을 대표하는 서울 민심의 향방을 보여줄 수 있어 여야 모두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야권 단일후보가 나오느냐다. 부동산 정책 실패, 자영업 위기, 검찰 개혁 피로감 등 정권 심판론에 유리한 소재들이 적지 않지만 이런 민심을 집약하고 조정할 제1야당의 존재감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은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선거이고, 얼마 전 서울과 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처럼 선거 지형 자체가 여당에 불리한데도 아직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강론부터 반문연대를 기치로 내건 범야권연대와 통합, 시민후보 추대론까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중이다.

커지는 반문 야권연대 분위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최대 고민은 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들은 외부 인사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밀리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아직 보이는 후보는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자강론 대신 야권연대나 통합을 거론해도 이상한 게 아닌 분위기다.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서울 지역 전ㆍ현직 중진들과 가진 막걸리 회동에서도 화두는 외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당내 경선의 문호를 넓히는 것이었다. 자리에선 현재 5대 5로 돼 있는 당내 경선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8대 2로 늘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날 참석자는 자천타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권영세·박진 의원, 나경원·김성태·이혜훈·김용태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었다. “시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후보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 위원장 발언은 참석자 면면에 비춰 도발이나 다름 없었지만 크게 이의를 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 전 시장이 “김 위원장이 당내에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고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 정도가 전부다.

외부 인사를 포용하는 야권연대 필요성은 그만큼 당 저변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친문 권리당원의 향배, 국민의힘 후보는 경선 방식이 관건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김상훈 4ㆍ7재보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최근 당내 중진들과 가진 회동에서도 연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당내 최다선(5선) 중 한 명인 정진석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의 외연을 넓힌다고 하면서 특정인을 배제하는 듯한 언사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지금은 당 외부와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중진들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의 주축인 초재선 그룹이나 영남권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초선 김웅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난 것은 제1야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통 크게 양보했기 때문”이라며 “수도권ㆍ개혁 성향 의원일수록 당 외부 명망가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남권 3선인 조해진 의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이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민의힘 먼저 후보를 뽑고 안철수 대표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같은 명망가를 포함해 2차 경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당 경선준비위는 현재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를 실시해 3~5인을 본경선 대상으로 추리고, 본경선은 여론조사 80%, 당원투표 20%로 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100%로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재보선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정양석 사무총장은 “당에 기득권이 없더라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문호 개방도 하는 선에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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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한 한식당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 관련 의견 수렴차 서울지역 중진들과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 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전 의원, 박진, 권영세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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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안철수 등판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당 밖의 인사들은 아직 정중동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출마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정욱 전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새 얼굴’ 물색 차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찾아갔지만 성과는 없었다. 현재로선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가 재보선 정국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안 대표 역시 공식적으로는 서울시장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 대표의 멘토였던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김 위원장에게 “안 대표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세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선거 막판까지 가면 힘을 합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안 대표를 향해 “필요하다면 본인이 과감하게 들어와서 재편하고 또 끌어들이고 키워나가는 모습이 옳다”며 거들고 나섰다.

안 대표 역시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얼마 전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에서 강연을 했고, 12일에는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전ㆍ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설 계획이다. 메시지도 좀 더 대담해지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절대 안 나간다”고 하더니 지금은 출마 여부에 즉답을 피한 채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할 각오”라고 말하고 있다.

안 대표가 선거 막판에 반문연대에 합류한다면 민주당의 2011년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박영선 의원을 선출했지만, 시민단체 지지를 받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박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었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준비위도 2단계 범야권 경선을 염두에 두고 경선 규칙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변수는 김종인-안철수 갈등


다만 안철수 등판론이 현실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바로 국민의힘 당권을 쥐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기싸움이다. 안 대표는 “단순히 반문연대, 반민주당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변화와 혁신의 비전을 생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혁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야권이 창당을 포함한 새로운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엔 탄핵 이후 쇄신하지 못한 현재의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봐야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국민의힘 혁신을 이끌어온 김종인 비대위를 저격한 셈이다.

김 위원장도 안 대표에 대해 ‘크게 아쉬울 게 없고, 스스로 당에 들어 온다면 막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안 대표가 최근 ‘야권 혁신 플랫폼’을 제안했을 때도 “혼자 하든 (나는) 관심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부산 출신의 장제원 의원이 “우리끼리 정치한다고 국민이 쳐다봐 주시지 않는다. 야권재편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원 사격했지만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밖에서 무슨 소리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 자신이 안 대표와 함께 했던 일화까지 소개하며 안 대표를 깎아 내려왔다.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처음에 안 대표에게 ‘정치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저를 보고 ‘국회의원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며 “이 양반이 대체 정치를 아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이 당시 상황을 착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기 전 원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정치에 전혀 뜻이 없어 거절했을 뿐인데, 마치 서울시장 되고 싶은 생각에 국회의원을 마다하더라는 식으로 김 위원장이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장소에서 나눈 대화를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다.

2012년 안풍(安風)이 불 때 김 위원장은 잠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야권연대가 화두로 등장했는데도 교집합을 찾기보다는 갈등의 골을 키우는 모습이다. 양측 모두 불신의 뿌리가 깊어 갈등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반문연대 대의를 앞세워 사감을 접어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둘의 갈등은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 성사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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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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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논설위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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