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3차례 회의 끝에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 주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은행권도 긴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부실 라임펀드는 은행권 판매 비중이 49%에 달하는데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은행권 CEO 징계 수위도 증권사와 비슷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펀드 운용사와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을 마무리 한 금감원은 펀드를 판매한 은행 제재심에 착수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2020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은행 제재 일정과 관련 "가능하면 12월 중에는 (제재 절차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제재심이 먼저 시작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판매규모는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이다.
금감원은 지난 6~7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펀드 상품 선정과 판매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이어 지난달 '펀드 판매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등 부실이 있었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금감원은 검사의견서에 대한 두 은행의 답변을 검토한 뒤 징계안을 사전통보한다. 이후 열리는 제재심에서 금감원과 판매 은행 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린 것에 주목한다. 은행권 징계 수위에 '방향타'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초 주요국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한차례 문책경고를 받았던 손 회장이 또다시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임기를 이어가는 데는 제약이 없다. 다만 문책경고를 2차례 연속 받은 CEO가 자리를 지킨 전례는 없다. DLF 중징계에 맞서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손 회장으로선 거취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면 연임이 유력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경우 당장 거취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 행장의 임기는 12월 말로 끝난다. 그때까지 징계 절차가 완료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제재 확정까지는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라임펀드가 집중적으로 판매된 2018년~2019년 사이 은행장을 역임한 상당수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해당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진 행장 외에 2017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은행장으로 재임한 위성호 현 흥국생명 부회장도 포함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줄곧 자신들도 '라임자산운용이 벌인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던 만큼 CEO를 중징계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라며 "경영 공백을 불러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은행들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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