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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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새 책을 냈다. 9일 출간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는 8월 나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이후 2개월 만의 책이다. 『한번도…』는 서민ㆍ김경율ㆍ강양구ㆍ권경애 등 총 5인이 집필했고, 이번 책은 진 전 교수가 올 1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 30편을 보강해 묶었다. 출판사 측은 “『한번도…』가 조국 사태부터 올해 2월까지 일어난 일을 중심에 뒀다면 이번 책은 올 2월 이후 집권 세력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을 파헤친다”고 설명했다.
책은 진 전 교수가 현 정권의 신랄한 비판자가 된 과정을 털어놓으며 시작한다. 서문의 첫 부분은 저자가 정의당 탈당계를 내던 기억으로 이뤄져있다. “조국 사태로 진보는 파국을 맞았다. 믿었던 정의당마저 그의 임명에 동의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용히 탈당계를 내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미 황우석ㆍ심형래ㆍ조영남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과 맞서 싸우는 일에 신물이 난 상태. (중략) 게다가 이번엔 대중의 뒤에 권력이 있기에 아예 싸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 사직서를, 정의당에 탈당계를 낸 순간을 싸움이 시작된 순간으로 지목하고 있다. "광기를 견딜 수 없게 된 때"라고 했고, 그게 올 초다. 10년째 쓰지 않던 페이스북 계정을 되살렸고 글을 묶어내던 그때가 “말을 잘못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던” 시절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우연히 생각이 같은 이를 발견하면 마치 우글거리는 좀비들 틈에서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고 했다.
이처럼 두려움으로 시작한 정권 비판에 대해 그는 “한쪽의 비난이 나를 슬프게 하지도, 다른 쪽의 환호가 나를 기쁘게 하지도 않는다”며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믿고 버틸 뿐”이라고 썼다. 이런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번 책은 현 상황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를 인용해 문재인 정권의 위기관리 전략을 분석하고, 전형적 서사인 부친살해의 드라마를 통해 진보의 위기를 고찰한다. 1부 ‘진리 이후의 시대’로 시작해 ‘팬덤의 정치’ ‘광신, 공포, 혐오’, ‘민주당의 연성독재’,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진보의 몰락’까지 총 6부로 이뤄져있다. 조국 사태부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까지 다룬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9일부터, 대형서점에서는 11일부터 구입할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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