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철강업계는 미 정부의 철강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역시 미국 내 철강산업 보호와 미·중 패권 전쟁 등을 이유로 보호무역주의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조 바이든 후보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때는 패배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고전했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를 이행해달라는 ‘민심’을 외면할 수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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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반덤핑관세(AD)·상계관세(CVD) 등 강화된 통상 규제를 겪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부터 자국의 국가안보에 위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실시했다. 사실상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던 중국을 겨냥한 제재인데,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주요 중국산 철강 우회 수출국으로 낙인찍히면서 덩달아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명분으로 지난해 6월 미 상무부를 통해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관세를 부과했다. 1차 판정에서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은 각각 10.11%, 5.44%의 관세가 부과됐고 기타업체는 7.78%이었다. 열연강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 업체의 주력상품으로 꼽힌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강관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하는 냉연강판의 경우 지난 7월 최종면제 조처를 받으며 한숨 돌리는 모양새지만, 미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9월 정기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내년 9월 30일쯤 최종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한 제철소 작업자가 용광로에서 쇳물을 빼내고 있다. /조선DB |
코트라는 지난 1일 ‘미국 경제·통상정책 전망·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누가 당선되든 현재 사회·경제적 여건상 당장 자유무역주의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을 앞두고 양 진영은 대중국 공세 수위를 높이며 지지율 제고 효과를 노렸는데, 구체적인 통상 정책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중국의 부상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선 결을 같이 했다는 평이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2일 ‘미 대선에 따른 통상 정책 전망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를 두 후보의 통상 정책 공통점으로 꼽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 모두 중국의 경제 성장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앞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무역 관련 이슈는 안보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철강업계는 다만 바이든이 트럼프와 달리 중국 제재 강화를 위해 동맹국과의 결속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입장 정리가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도 미·중 간 관계에서 이해득실에 대한 정밀한 계산에 기반한 우리 기업과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이 당선됐으니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과, 이에 무역 갈등을 빚는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눈치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의 탄소 국경세 도입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인데,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우리 기업들도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바이든의 정책이 업계에 부정적인 기류를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철강업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 전문 법무법인 밀러앤드슈발리에(M&C)의 다나 와츠 고문은 지난달 영국 매체 글로벌트레이드리뷰를 통해 "바이든의 계획은 국제 무역 면에서는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중 보복관세를 즉시 해제하지 않고 천천히 접근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철강 업계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아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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