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을 뒤집은 ‘당규 개정’이 추가로 드러났다. 현역 국회의원 등이 서울·부산 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설 경우 국회의원 임기 4분의 3 이상을 채우지 않으면 후보 경선 시 득표수 25%를 감산하는 조항을 사실상 ‘삭제’한 것이다. 지난 3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선 선거 무공천 원칙’ 개정과 함께 ‘혁신안 뒤집기’ 2호로 기록됐다. 해당 당규 개정은 지난 8월19일 이낙연 지도부가 선출된 8·29 전당대회 전에 이뤄진 것으로, 이해찬 지도부 때부터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 나설 계획이 짜여져 있었던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8일 민주당 ‘당규 제10호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및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규정’을 보면 지난 8월 개정을 통해 제35조(감산기준)가 변경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준은 ‘공천관리위원회는 각급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본인의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선출직공직자가 출마하여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당헌 제100조 제1항에 따라 심사결과의 100분의 25를 감산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는 지난 8월19일 ‘다만, 광역단체장선거에 출마하려는 경우에는 감산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항이 붙었다. 사실상 현역 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만든 안이다. 당시엔 감산 비율이 10%였다. 임기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공약한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로 인한 보궐선거 발생을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민주당은 오히려 지난해에는 규정을 감산 비율 25%로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이 규정을 토대로 21대 총선 출마를 고민하던 지자체장들에게 “불이익 규정은 사실상 임기 중간에 출마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불출마를 강력히 권고했고, 다수 구청장이 실제 출마를 포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스스로 만든 혁신안을 5년 만에 다시 뒤집으면서 또다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지난 3일 비판 끝에 개정한 ‘무공천 원칙’과 함께 ‘혁신안 뒤집기’ 2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일단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현역 의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중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는 우상호·박용진·박주민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는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광역단체장은 비중이 있는 인사인데다가, 그런 제약이 있으면 당의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출마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도전을 못하게 해두면 아무도 나갈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선 비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무공천 당헌이 있었음에도 이미 8월부터 재·보선에 나설 채비를 해왔다는 것 아니냐”며 “혁신안을 이렇게 뒤집는 정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어주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일부에선 공직선거에 대한 규정을 바꾸는 것인데, 이번 ‘무공천 당헌’ 변경처럼 전 당원에 뜻을 묻는 절차를 거쳤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8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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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김상범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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