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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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도전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강력한 지원군이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WTO는 오는 9일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컨센서스(전원합의)’ 과정을 거쳐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게 추가 이미 기울어진 만큼 유 본부장의 중도 사퇴 가능성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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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되면 역전 어려워져
유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진행한 WTO 사무총장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에 뒤졌다. 하지만 바로 사퇴하지는 않았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중국이 미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WTO 사무총장은 모든 회원국 동의를 받는 ‘컨센서스(전원동의)’ 과정을 거쳐 선출한다. 미국이 끝까지 나이지리아 후보 선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 본부장 막판 역전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미 대선이 바이든 후보 당선으로 기울면서 이 같은 희망도 옅어지고 있다. 대외정책에서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바이든 성향상 중국·EU·일본 등 다수 회원국 지지를 받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하는 기조를 이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상황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반적인 대세는 나이지리아 후보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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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사퇴도 가능?…“종합적으로 검토”
선출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어떤 모양새로 물러서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본부장이 선호도 투표에서 뒤졌지만, 최종 ‘컨센서스’ 판단까지 기다렸던 것은 미국의 지원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되려 난처한 상황이 됐다. 다수 회원국 의사가 나이지리아 후보로 쏠렸는데 “무리하게 버틴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 본부장이 컨센서스 과정 없이 중도사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회원국과 특히 미국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뒤 선출 가능성이 없다면 자진해서 물러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미국의 입장 정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미 대선이 불복 소송 등 장기전으로 간다면 WTO 이사회가 정한 선출 기한인 9일까지 결론이 안 날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도 “(미국 대선 결과라는) 외생변수가 생긴 만큼 다른 나라와의 관계, 대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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