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선 개표가 84% 끝난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51.0%의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7.6%)을 제치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애리조나는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8.1%를 득표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44.6%)에 이겼던 지역이다.
지난 2008년 10월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미소 짓는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당시 대선 후보.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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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심'의 배경에는 2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쟁 영웅'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리조나는 공화당 소속 매케인 의원이 하원 재선, 상원 6선 등 35년간 의정활동을 해온 터전이었다.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던 매케인은 지역 주민들에게 여전히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매케인은 자신과 지향하는 가치가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 진출을 선언한 후부터 매케인은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라고 묘사하자, 그는 "부적절한 용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을 "해군 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이면서도 지향하는 바가 달라 사사건건 대립했던 고(故) 매케인 상원의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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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에서 생포됐던 매케인의 경력을 거론하며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후 매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중단에 반대하면서 갈등은 깊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반면 매케인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절친한 사이였다. 1970년대에 외교위 소속 상원의원(바이든)과 의회 담당 해군 연락책(매케인)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소속정당을 뛰어넘어 깊은 우정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든 후보는 매케인의 사망 2주기인 지난 8월 25일 트위터에 “2년 전 우리는 미국의 진짜 영웅을 잃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는 진실한 친구였다”고 적기도 했다.
매케인의 부인 신디 매케인은 지난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남편과 바이든 후보의 우정을 회상하며 사실상 '바이든 지지'를 선언해 트럼프에 '반격'했다.
2017년 10월 리버티 메달 시상식에 함께 자리한 고(故) 매케인 상원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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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매케인과 두 후보의 '특별한 인연'이 애리조나의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1일 자에서 "애리조나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인 매케인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으로 애리조나 주민들은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당(공화당)으로부터 4년 내내 소외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애리조나가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에 투표해 파란색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선거인단 11명이 걸린 경합주 애리조나에서 트럼프가 패하면서 판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남부 '선벨트' 3곳(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을 사수한 뒤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3곳 중 한 곳에서 이기는 전략을 짰던 트럼프로서는 막판 러스트벨트에서의 개표 결과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영희 기자 mi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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