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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우편투표에…혼돈의 美대선, 20년전 '플로리다 악몽'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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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당선인 확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서로 승리를 자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승부의 관건인 러스트벨트(Rust Belt) 등에서 사전 우편투표 집계가 늦어지면서다.

혼란이 이어지면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00년 대선 상황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고어 후보 측이 소송을 내면서 대선 결과 확정에 한 달 여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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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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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7일 당시 선거는 초박빙이었고, 관심은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주에 쏠렸다. 언론도 처음엔 플로리다주에서 앨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나중엔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를 차지했다고 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결과는 불과 500여 표 차의 부시 후보 승리. 처음 결과에 승복했던 고어 측은 이를 번복하고 수작업으로 다시 개표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4대 3으로 모든 카운티에 재개표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권을 코앞에 둔 부시 후보 측은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다. 결국 12월 12일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재개표를 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연방대법원이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 달여 만에 당선인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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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왼쪽)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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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후보는 전국 총득표수에서 부시 후보를 이겼지만, 플로리다주에서 지면서 전체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민주당에선 반발했지만, 고어 후보는 “나는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지만, 결정을 받아들이겠다. 분열보다 화합이 더 절실한 때”라며 결국 승복했다.

이번 선거는 예년보다 개표에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의 영향과 투표 열기가 맞물리면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1억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우편투표 6520만여명, 조기 현장투표 359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동안 우편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한 뒤 곧바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이에 미 대법원은 보수 성향 6, 진보 성향 3으로 재편됐다. 이번 대선이 자칫 소송전으로 갈 경우를 대비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개표 방식이나 결과를 놓고 불복하며 소송전에 나설 경우 당선인을 한동안 확정하지 못하는 '당선인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우편투표 문제를 대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언급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편 투표 결과를 놓고, 또 만일 선거 결과가 동률 등 초접전일 경우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파장이 앨 고어 사태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서 "결과에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반발해 충돌이 빚어질 경우 미국 사회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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