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오는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작년 3월 첫 공판이 시작된 지 1년 7개월여만이다. 작년 1월 끝난 1심에서 김 지사는 댓글조작을 통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의 피해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다. 이들은 그러나 정작 공식적으로 피해를 호소한 적은 없다. 또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죄는 95년 신설된 이후, 김 지사처럼 징역형이 나온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죄를 판단하면서 법 신설 이후 최고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당선 무효형 기준은 공직선거법 위반 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사법 위반 시 금고 이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 간 제한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10년 간 제한된다. 앞으로 있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 김 지사의 정치생명이 걸린 셈이다.
이례적으로 긴 시간 진행된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허익범 특검 및 김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 김 지사측 변호인의 주장이 맞선 쟁점을 정리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범관계는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다. 특검 주장과 1심 재판부 판단대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면 공범관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킹크랩 시연 당일날 관련해서 검찰과 김 지사 변호인 측 간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모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범행를 직접 실현 사람에게 그 행위의 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 성립하지만, 실현자의 범행을 인식했더라도 단순히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난 1월 김 지사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특검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도 "공모 관계에 대해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선고를 취소한 적이 있다. 이후에 재판부가 바뀌었다. 그리고 심리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됐다. 공모 관계와 관련된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검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후 "고개를 끄덕"이고, 드루킹으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아왔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하지만, 김 지사 측은 시연 자체가 없었고,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운용했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종적으로 드루킹 측의 요구(오사카 총영사)가 실현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 "김경수와 드루킹은 공모관계 vs 변호인 "일반적인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
킹크랩 시연날이 아닌 그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공범관계'에 대한 또다른 사실관계가 눈에 들어온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김 지사와 '드루킹' 김 씨는 킹크랩 시연날 이전에도 특정 기사 링크와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주고 받았다. 또한 2016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1번 만나기도 했다.
특검과 1심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김 지사가 킹크랩을 통한 포탈 기사 여론 조작을 알고 있었고, 드루킹 일당과 적극적인 공모관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김 지사는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김 씨로부터 매일 댓글 작업한 기사 목록을 전송받았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김 씨에게 11번 기사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처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와 같이 답했다. 그리고 김 지사로부터 받은 7편의 네이버 링크 기사에는 킹크랩 작업을 하고, 나머지 기사에는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에게 인력을 통한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판단에 기초해 이를 김 지사와 김 씨가 킹크랩 댓글 조작 범행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한 증거로 봤다.
변호인의 해석은 다르다. 변호인측은 김 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 씨가 김 지사와 주고받은 평소 텔레그램은 물론, 2018년 2월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의 오사카 총영사 임명 문제를 두고 이견을 확인해 갈라선 이후 김 지사와 다투는 과정에서도 '킹크랩'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위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김 지사는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고, 김 씨가 '선플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2017년 대선 당시 온라인 지지 모임이 '선플운동'을 하고 정치인들이 해당 모임에 홍보 차원에서 기사를 전송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고 경공모 역시 그와 같은 수많은 온라인 지지 모임 중 하나였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변호인은 김 지사와 김 씨가 2016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의원회관 등에서 11번 만난 것에 대해서도 '정치인이 지지자를 만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문 대통령과 정부 비판 댓글 36.19%" vs 특검 "비판 댓글 0.7%"
변호인이 김 지사가 김 씨와 공모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특검이 범죄일람표로 제시한 댓글 공감/비공감에 대한 킹크랩 작업 중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공격하는 작업이 36.19%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시된 증거다.
대선 전이던 2017년 3~4월경 킹크랩을 통해 공감을 누르는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된 댓글 중에는 "문재인 후보의 생각을 보면 표가 되는 여성에 대한 아부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문빠들 수준봐라 ㅋㅋ 기가 찬다"는 등 표현이 포함돼 있다. 비공감을 누른 댓글 중에는 문 대통령의 말을 옮긴 기사에 "지당한 말씀!!"이라고 달았다.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킹크랩은 김 지사와의 공모 하에 운영된 것이 아니라 김 씨의 독단에 의해 운영됐다고 주장한다.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 작업을 지시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특검은 위와 같은 작업은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자 지난 7월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에 킹크랩 댓글 성격 전수조사를 명했다. 특검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댓글은 0.7%였다는 분석결과를 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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