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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퇴각? 역전 기대?…WTO 사무총장 언제 추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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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희 지지·타후보 거부에

한국정부 향후 행보 아직 못 정해

‘유명희 사퇴’ vs ‘일단 버티기’ 팽팽

종합 검토 뒤 조만간 방침 결정 예상

WTO도 대응 고심…미 대선 지켜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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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아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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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윤곽이 28일 드러났지만 새 사무총장 추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개 지지하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세계무역기구 지도부도,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전력을 쏟았던 한국 정부도 선뜻 다음 행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고민은 데이비드 워커 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 의장이 28일(현지시각)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컨페션'(Confession·고해성사)으로 부르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추대 절차는 일반 선거처럼 다득표자가 무조건 이기는 구조가 아니다. 일반이사회 의장과 분쟁해결기구(DSB) 의장, 무역정책검토기구(TPRB) 의장 등 3명이 회원국의 선호도뿐 아니라 각 후보에 대한 지지국의 지역적 분포 및 경제적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는지에 따라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유 후보가 전체 득표력에서 열세였음에도 북미, 중남미, 아시아, 중동 등에서 고루 지지를 확보한 것을 기반 삼아 한국인 여성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이라는 꿈을 꿀 수 있었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뿐 아니라 각 공관에서도 막판까지 총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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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타이 방콕 총리실 청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환영식 행사에 앞서 한국측 수행단이 함께 서있다.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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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 후보가 예상보다 적은 지지를 얻었다고 파악되면서 정부는 29일부터 향후 행보를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했다. 세계무역기구의 추천을 받아들여 유 본부장이 사퇴하는 방안과 미국의 지지가 확고한 만큼 사퇴하지 않고 역전을 노리는 방안을 두고 검토가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절차와 관련해 “어떻게 할지 내부 검토 중”이라면서 “종합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우리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외교부와 산업부는 판세가 기운 데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감을 표하는 나라들도 있는 점을 고려해 유 후보의 사퇴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의식해 마냥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회원국의 전체 합의(컨센서스)로 최종 추대되는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론이 나기 힘든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를 사실상 마비시킨다는 비판이 한국 정부에 향할 수도 있다. 일반이사회 의장이 한쪽 후보를 추천한 이상 유 본부장의 ‘아름다운 퇴장’이 국제사회의 관례상으로 자연스럽다는 인식도 외교부와 산업부 쪽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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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는 장면.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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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1월9일 특별 일반이사회까지 시간과 협의 절차가 남았는데 먼저 백기를 들 수 없다는 쪽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도 하차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아직 특별이사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았다”고 했다. 최종 방침은 조만간 유관 부처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이 사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에도 ‘퇴각’을 요청하며 양해를 구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된다. 외신은 유 본부장 쪽이 사퇴 의향 등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29일 전했다.

앞서 미국은 28일 회원국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추대에 반대하는 한편,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주말께 유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정부에 끝까지 사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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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대선 접전지역인 애리조나주 굿이어에 있는 피닉스 굿이어 공항에서 유세를 펼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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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세계무역기구 쪽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외신은 세계무역기구가 회원국들의 투표를 통해 미국의 거부권을 기각하는 방안과 11월3일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행보를 결정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29일(현지시각) 트위터에 “회원국들 사이에서 가장 크고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후보자로 선언된 점을 매우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일시적인 지장(hiccups)에도 우리는 11월9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 딜레마의 끝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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