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인식 퍼뜨린 어른들도 책임" 지적
대한민국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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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대량 수집한 뒤, 등급을 나눠 판매한 10대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16)군에게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 6개월, B(16)군에게 징역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C(16)군과 D(16)군에게는 장기 1년 6월에 단기 1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겐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수감 후 형기 하한선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여부가 결정된다.
재판부는 이날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본 나머지 1명의 경우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판매 행위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는 잘못된 성인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판매한 음란물 중 아직 성적 자기 결정권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나 영상이 다수 포함돼 있고, 피해자들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매체 특성상 음란물이 한번 판매된 이후에는 완전한 삭제가 어렵고, 추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점, 그런데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다수 음란물을 판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히 "다수의 어른이 만들고 퍼뜨려놓은 그릇된 성인식이 아직 중학생으로서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피고인들의 행동에 큰 해악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소년인 피고인들이 져야 할 죄책의 크기와 교화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의 창시자인 '갓갓' 문형욱(24)의 n번방 등에서 유포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각자 역할을 나눠 대량 수집했다.
이어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든 뒤 성 착취 영상물의 수에 따라 일반, 고액, 최상위로 나눠 입장료를 받았다. 이렇게 무려 1만5,000여개의 영상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3,5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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