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만 해도 수술실은 도살장이나 다름없었다. 의사들은 수술 도구들을 세척하지 않았고, 그들이 손댄 상처는 대부분 썩었다.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관문과도 같았다. 이런 수술실을 위생적인 의료 공간으로 바꾸고 소독법을 정착시킨 데 의사 조지프 리스터(1827∼1912)의 공이 컸다.
책은 리스터의 업적을 소개하며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외과 수술이 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리스터는 진통제와 마취제가 개발되지 않아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1864년 리스터는 동료 교수를 통해 감염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연구를 접하고, 이를 토대로 석탄산을 이용해 자신만의 살균제를 개발했다. 이 결과 수술 후 감염에 따른 사망이 크게 줄었다.
많은 학자와 의사들이 리스터의 주장이 쓸모없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반대했음에도 그는 성공 사례를 축적해 빅토리아 여왕의 상임의가 되는 등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청결한 수술실, 무심코 사용하는 소독제가 리스터와 같은 선구자 덕분이라는 데 감사하게 된다.
열린책들. 344쪽. 1만8천원.
▲ 바늘잎나무 숲을 거닐며 = 공우석 지음.
'코로나19 시대'에 숲으로 향한 발길들이 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내고 숲을 파괴하던 인류가 다시 숲을 찾은 이유는 맑은 공기, 생명력, 몸과 마음의 쉴 공간 등일 것이다. 생물지리학자인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에 따라 우리 주변의 '바늘잎나무'들을 소개한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잎갈나무, 편백, 아까시나무 등 잎이 바늘 모양인 나무들은 '침엽수'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우리나라 숲에서 바늘잎나무 숲의 면적은 234만㏊로 전체 숲 면적의 37%를 차지한다. 바늘잎나무 숲과 넓은잎나무(활엽수) 숲의 혼합림이 차지하는 면적도 27%에 이르는 만큼 바늘잎나무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
책은 우리나라에 사는 다양한 바늘잎나무들의 역사와 생활 환경, 오늘날의 삶 등 폭넓은 설명을 담고 있다. 저자는 과거에 심은 외래종 나무를 자생종으로 바꾸고 넓은잎나무 숲을 섞어 심으면서 생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청아출판사. 308쪽. 1만6천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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